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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7.04 18:03:29
  • 최종수정2019.07.04 18:03:29
[충북일보] 유행은 왜 주기적으로 오는가. 권태기를 없애려는 인간의 심리현상인가? 아니면 소비자의 마음을 충동시키려는 술수인가.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아무리 평상을 고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은연중에 유행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거부할 수 없는 게 유행이다. 한 가지만 유행한다면 무시하고 내 주관을 소신껏 살 수 있으련만 언어, 색상, 디자인, 머리모양, 의류, 음악 심지여 얼굴형도 유행 따라 교정한다. 유행을 제일 빨리 흡수하는 계층이 청소년들이다.

요즘은 제자가 선생님을 쌤이라 부른다. 옛 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했거늘 존댓말인지 반말인지 구분이 안 된다. 유행이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닌데도 쌤이란 언어가 유행한지 오래다. 왜 쌤이란 용어가 유행했을까? 시간에 쫓겨 세 글자를 한 글자로 줄여 쓰기 위함인가. 쌤이란 바름은 점잖지도 공손함도 없는 말투 같아서 우리 아동센터 어린이들만이라도 바로 잡으면 좋겠다며 선생에게 말했다. 어떠냐며 한목소리로 그게 좋단다. 스승과 제자의 벽을 허무는 지름길인지는 몰라도 왠지 제자가 스승을 친구처럼 대함은 아니잖나 싶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일시적으로 빤짝했다 사라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넓은 바지가 찰싹 하체에 달라붙는 바지가 유행을 하였다. 유행에 떠밀려 입고 보니 오히려 더 간편하고 편하다. 그럼에도 안방극장 여인들의 바지통이 다시 넓어진다. 급기야 멋 내기를 좋아하는 여인들이 따라 한다. 그런대로 또 예뻐 보인다. 별 수 없이 이십 년 전에 입던 옷이 다시 나타나 신상품이 되었다. 내 장롱에는 통 넓은 9부 7부바지가 여러 개 있다. 즐겨 입던 옷인지라 아까워 버려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머지않아 나도 따라 입지 않겠나 싶다. 유행이란 신기루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거시기가 떨어진다고 했다. 요즘은 텔레비전에서 남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칼과 프라이팬을 들고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프로가 유행이다. 자신의 손놀림으로 맛냄이 신기해서인지 이도 유행인지 모르겠다. 유명한 음식점은 요리사나 영양사가 남자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남자들이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일을 의외로 즐기는 것 같다. 우리 집만 해도 야외로 나가려면 메뉴를 선택하는 것부터 두 아들 몫이다. 그러니 주방장은 당연히 아들과 사위다. 뒤에서 잔심부름을 돕는 며느리와 딸이 매우 좋아한다. 이 모습이 너무 어색해 잔소리했건만 사내들이 귓등으로 들으니 어쩌랴. 가족의 화목을 위해 울며 겨자 먹듯이 억지로 기분 좋은 척한다. 똑같은 자식인데 누가 하면 어떠랴하는 배려의 마음으로 바라보니 편하다. 육아휴직도 남녀 동등하게 사회가 허락한다. 마트에 가면 남자들이 먹을거리를 고르고 있는 모습은 일상이 된지 오래다. 내 연배인 남자 지인은 이렇게 말한다. 남자의 전성기는 우리 대에서 끝이 났다며 하는 말이, 자기는 아들만 둘인데 아들이 불쌍하단다. 그렇게까지 비약할게 있나. 서로가 돕는다는 의식으로 생각만 바꾸면 모두가 즐거워지는 것을.

유행도 시대의 문화다. 나는 너무 심한 유행은 적당히 빨리 잦아들기를 바라는 사람 중에 하나다.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유행이 오래도록 지속하면 염려될 때가 종종 있다. 특히 배꼽이 나오는 티가 그렇다. 여자는 아랫배를 따뜻하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건강은 생각지 않고 배꼽티를 즐겨 입는다. 또 있다. 허벅지까지 보이는 짧은 치마다. 의류 상가에 걸어놓은 치마와 반바지를 뼘으로 재면 두 뼘도 채 안 되는 것도 있다. 디자인하는 업계 측에서 이런 옷을 만들지 않으면, 사는 이도 없을 텐데 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나는 손녀가 다섯 명이다. 다행히 긴 바지만 고집하는 손녀가 셋이고, 치마를 좋아하는 손녀는 둘이다. 요즘은 여학교 교복 치마 기장도 많이 짧아졌다. 치마가 무릎을 덮으면 무릎이 나올 때까지 허리춤을 접어 입는 학생이 늘어난다고 한다. 중학생이 화장을 하고 와도 귀에 구멍을 뚫어도 교사들이 다 봐준단다. 우리 학창 시절과는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지금 문화는 부모들이 아들 딸 차별 없이 교육을 시킨다. 평등한 실력으로 자기 개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한다. 가정일도 직장에서 먼저 귀가한 사람 몫이다. 정초에 여자를 만나면 재수 없다는 남존여비란 이제 박물관에서나 찾아봐야 할 사회로 많이 바뀌었다. 돌고 도는 유행이지만 사회가 행복해지는 문화는 오래 유지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졌으면.

김은혜

문학미디어 이사, 푸른솔문학 작가회 부회장

문학미디어 충북지회장

정은문학상, 송강문학상

저서 '세월을 담은 바구니', '글꽂이'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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