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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봄의향연 - 나룻배와 행인

함기석의 생각하는 詩5

  • 웹출고시간2016.03.31 14:57:07
  • 최종수정2016.07.07 17:14:27
만해(萬海) 한용운은 승려이자 시인이었고 혁명가였다. 그는 승려의 삶을 살면서 불교의 교리와 가르침을 실천했고 그 사랑을 시라는 예술과 독립투쟁이라는 혁명으로 꽃피웠다. 그의 문학의 요체는 불교사상, 문학사상, 독립사상의 삼위일체다. 일찍이 조지훈(趙芝薰)은 한용운 문학의 핵심 3가지를 비분강개(悲憤慷慨), 자연관조, 기다리는 사랑으로 꼽았다. 선비의 지조(志操)와 선(禪)의 사유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된 그의 시는 비극에 처한 우리 민족의 꿈, 독립에 대한 애절한 열망을 담고 있다. 이별―갈등―만남의 서사가 자주 나오는데 이는 소멸(正)―갈등(反)―생성(合)의 변증법적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에게 이별은 만남에 이르는 대전제며 사랑을 완성하는 자연법칙과도 같다.

'나룻배와 행인'은 이런 시인의 사랑의 마음이 나룻배라는 사물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이 시의 가장 큰 특징은 해석의 개방성이다. 당신을 누구 혹은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시의 내용과 주제가 달라진다. 한용운의 시에서 '님'은 주로 애인, 불교의 진리, 중생, 민족 등을 나타낸다. 행인 또한 비슷하다. 사랑의 관점에서 보면 이 시는 당신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쳐 희생하겠다는 헌신과 봉사의 마음이 감동을 준다. 불교의 시각으로 보면 나룻배가 되어 당신을 물 건너 주는 행위는 고해(苦海)의 세상을 건너 깨달음의 세계, 열반의 세계로 당신을 인도하는 부처의 역할을 자청하는 것이다. 어떤 고난과 박해에도 불구하고 그 소중한 일을 기꺼이 행하겠다는 종교적 다짐이 나타난다. 민족적 시각에서 보면 이 시는 빼앗긴 나라가 다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결곡한 마음을 나룻배와 행인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제의 식민노예상태에 벗어나 해방을 맞는 그날까지 참고 견디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느껴진다.

나룻배와 행인(行人) / 한용운(韓龍雲 1879~1944)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면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시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어떤 관점이든 이 시의 화자는 여성이고, 스스로 나룻배가 되어 자기를 희생하겠다고 다짐한다. 당신이 흙발로 나를 짓밟아도 당신을 안고 묵묵히 물을 건너는 고난과 인내의 마음을 보여준다. 온갖 수난을 겪으면서도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는 절대적 믿음을 보여준다. 이 절절한 사랑의 주체는 어느 남성보다 강한 여성인데 시인 자신의 내적 자아이기도 하다. 즉 한용운 시에 나타나는 여성적 애한(哀恨)의 목소리는 고난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정신적 응전방식이면서 시인 자신의 불교적 고행과 저항적 선비정신의 역설적 표현인 것이다. 이처럼 한용운 시는 표현(表現)된 사랑 그 이면에 표현될 수 없는 침묵과 뼈아픈 고통을 거느린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의 역설적 세계가 펼쳐져 있다. / 함기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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