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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7.09 13:23:23
  • 최종수정2015.07.09 13:23:43
오후의 산책이 즐겁다. 냇가를 따라 난 흙길을 걸으면 알 수 없는 힘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듯하다. 걷던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바닥에 피어난 아름다운 풀꽃들을 고개 숙여 바라보았다. 그 여린 줄기와 잎으로 어떻게 거친 비바람을 견뎌냈는가. 어려움 속에서 저토록 화려하고 섬세한 꽃들을 피워내는 능력이 놀랍다.

풀꽃들 옆으로 작은 개미들이 어디론가 줄지어 간다. '개미가 진을 치면 비가 온다.'니 가뭄이 극심한 이때에 더없이 반가운 징조다. 어릴 적에 읽었던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가 생각난다.

희고 작은 알갱이들을 물고 가는 곳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니 갑자기 수효가 많아졌다. 막대기로 개미들이 모여드는 주변의 마른 나뭇잎을 치우자 굴 두 개가 드러난다. 그 바람에 그곳에 있던 납작한 죽은 벌레가 그 옆으로 옮겨지고, 개미들이 깜짝 놀란 듯 우르르 흩어진다. 한 무리의 개미들은 굴 주변에, 또 한 무리는 옮겨진 죽은 벌레 주위에 모여들더니 분주하게 더듬이를 놀리며 근처를 돌아다녔다. 여러 마리 개미들이 달려들어 끌고 밀고 쉬기를 반복하더니 십여 분만에 그 큰 덩어리를 다시 제자리로 가져다 놓았다. 개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그들이 힘을 합해 일하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했다.

이런 광경을 보고 있자니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이던 "두레"가 떠올랐다. 우리의 선조들은 한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소리를 메기고 받으며 시름을 덜고 흥을 돋워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었다. 모내기와 벼 베기 같은 힘든 일을 할 때도 서로가 한 공동체임을 확인하면서 농사를 천하의 근본으로 알고 살았다. 이제는 그러한 일들을 볼 수 없다. 흥(興)과 유대감(紐帶感)이 사라지고 품값이 싼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거나 효율성을 고려하여 한 사람이 농기계로 해낸다. 그 일도 젊은이들이 없으니 노인들이 하고 있다.

여전히 개미들은 바쁘게 오고 간다. 한 마리 혹은 두세 마리가 경주하듯 빠른 속도로 바로 내닫다 사선으로 질주하기도 하고 가던 길을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어떤 개미들은 길쭉한 풀잎을 타고 올라 한 바퀴 돌더니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왜 저들은 무모해 보이는 질주를 하고 있을까.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불만에 찬 청소년들을 보는 듯하다. 이들 중에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고 때로는 방황하며 탈선하는 청소년 개미들도 나타나겠지. 개미가 사는 사회에도 학교나 법과 도덕이 있으려나. 우리가 고민하는 많은 문제들을 - 자녀교육 청년실업 노인문제 빈부격차 - 개미들 사회도 똑같이 겪고 있겠지. 어쩌면 나름대로 해결책들을 찾아냈으리라. 철저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개미들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저 멀리 노란 옷을 입은 유치원생들이 줄지어 간다. 앞뒤에서 선생님들이 지도를 하니 어린이들은 대열을 유지하면서 깔깔거리고 재잘대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우리 모두의 희망인 어린이들은 개미들처럼 질서를 지키고 서로 도우며 힘을 합쳐 사는 법을 배워 가리라. 이들이 언제까지 근심걱정 없이 활력 넘치는 생활을 이어갈 수 있으려나.

나이가 들면서 책임이 늘어나고 고민과 갈등도 더해질 것이다. 그 힘겨운 기간도 개미 같이 부지런하고 성실함이면 넉넉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저 어린이들이 청년이 될 때쯤에는 우리나라가 더 부강해져서 역량을 힘껏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되어 행복한 삶이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적색등에 차들이 정지선을 넘고, 보행신호가 아닌데 한 청년이 길을 건너간다. 그러나 어린이는 신호를 지키고 서 있다. 어른은 법을 알아도 지키지 않고 어린이는 지킬 줄 안다.

개미들도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며 각자의 일을 감당하여 집단을 이루고 살아간다. 내 일을 성실히 하고 서로 돕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나눔의 정신으로 사는 평화로운 사회는 될 수 없는 것인가. 개미들처럼 살아가는 근면하고 책임성 있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자신을 돌아보았다. 일을 성실히 하고 이웃들과 서로 돕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던가를 ….

◇최한식 작가

충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료

푸른솔문학 신인상 수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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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