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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희

공군사관학교 교수

요즘에는 무슨 '데이(day)'가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직업상 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구세대 티를 숨기려 노력해보지만 뜻도 유래도 잘 모르는 '데이'가 자꾸 생겨나 쫓아가기에 숨이 찬다. '발렌타인 데이'의 회답이 '화이트 데이'이고, 11월11일이 '빼빼로 데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나 4월14일이 왜 '블랙 데이(짜장면 먹는 날)'인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외에도 '오리 데이(5월2일)', '삼겹살 데이(3월3일)' 등 그 의미가 황당하기까지 한 날들도 많다. 심지어 키스 하는 날(6월14일), 나이트클럽 가는 날(8월14일)도 있단다. 평범한 날을 특별하게 만들어 즐기는 일이야 나쁠 것이 없다. 젊은이들만의 특권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느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조사 결과, 미혼 남녀 열 명 중 여덟 명은 그러한 '데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단다.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고민, 있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 이래저래 우울해지기까지 한단다.

'핀셋 데이!(Pincette Day)'

여느 '데이'처럼 적당한 구실을 붙인 특이한 날 중의 하나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상상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핀셋 데이'는 공군에만 있는 날로써 '사고 예방'이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거운 금속 덩어리인 비행기가 연료와 사람, 또는 폭탄을 가득 싣고 하늘을 난다는 것 자체가 위험스런 일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항공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전 세계에서 크고 작은 항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심각한 사고일지라도 그 원인은 아주 사소한 부품의 결함이나 조종사의 작은 실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그 원인들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내재되어 있었던 것들이다. 결국, 사고란 숨어있는 원인이 다른 몇 가지 악조건과 겹치면서 겉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안전이론은 전제하고 있다. '핀셋 데이'는 이러한 안전이론을 바탕으로 7년 전 필자가 공군본부 안전책임자로 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날은 여느 '데이'처럼 정해진 날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부대별 지휘관이 위기감을 느낄 때 선포하는 날이다. '핀셋 데이'가 선포되면 부대는 계속하던 비행을 일단 멈추고 각 분야별로 철저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작은 '암세포'를 찾아내고 그것을 '핀셋'으로 제거한다. 점검대상은 항공기 기체뿐만 아니라 각종 절차와 개인의 안전의식, 근무 분위기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이러한 끊임없는 노력에 힘입어 작년에는 공군역사이래 처음으로 '무사고의 해'를 달성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온 국민이 뼈저린 아픔을 겪고 있을 때 이룩한 값진 성과였다.

우리 삶은 매 순간이 다르게 느껴지지만 한 발짝 뒤에서 보면 반복된 날들의 연속이다. 나이가 들면서 세월이 빨리 가는 이유는 마냥 같은 날들만 있고 특별한 날이 없기 때문이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매일 비슷한 날을 보내다보면 삶의 흔적을 남기기 어렵다. 그저 나이 숫자만 더해 갈뿐이다. 그래서 '데이'가 필요하다. 특별한 날이 많을수록 인생의 씨줄과 날줄은 촘촘해지기 마련이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많은 '데이'들이 줄을 서서 다가오고 있다. 내 나이 오십을 넘기고 나서야 어머님께 구체적인 표현으로 감사말씀을 드릴 수 있었다. "어머님 같으신 분이 저의 어머니이셔서 고맙습니다."

'어버이날'이 계기를 만들어 준 덕분이다. 예전에는 이 특별하지도 않은 말을 왜 하지 못하였는지 모르겠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고지식한 경상도 집안의 '애정표현장애증후군' 때문이리라. 장성한 아들의 때늦은 애정 표현에 어머님의 말씀은 가늘게 떨렸었다.

일 년 중에서 '데이'가 많은 오월이 있어서 우리 사회가 더 밝아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 같다. '핀셋 데이'가 있어 공군이 좀 더 안전해 질 수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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