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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산행이야기 - 대청호 둘레길 12~2구간 어부동

부채처럼 펼쳐진 산수화 사이로 추억이 새록

  • 웹출고시간2011.06.02 18:35:0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대청호 둘레길 (12~2구간 어부동)

사음리새말~(1시간30분)~마름골길~(1시간20분)~산수골(1시간)~법수리 연꽃단지

강변에 살다보니 어려서부터 개헤엄과 자맥질을 익혔고, 강변의 모래사장과 나루터가 놀이터였다. 행인을 건네주는 작은 나룻배 대신 평평하고 널찍한 차량용 나룻배에 버스를 싣고 서너 명의 사공이 노를 젓고 줄을 당겨 강을 건너는 광경은 언제나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강변의'진사래밭'(긴 사래 밭)에서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어른들이 큰소리로 부를 때까지 아이들은 하루종일 소를 뜯기거나 다슬기를 잡거나 물수제비를 뜨고 놀았다.

누구나 회상하는 유년시절은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기억속에서 더욱 아름다울 수 있는 것 같다. 보은군 회남면 어부동은 원래 사음리를 칭하지만 사음리, 법수1, 2리, 산수리를 통칭해 어부동이라 부른다. 대청호 담수와 함께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기면서 평생 농사만 짓던 마을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졌다. 그나마 남겨진 사람들조차 농사대신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려가게 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강변의 농촌마을이 바다처럼 드넓은 호숫가의 어촌마을이 된 것이다. 호수가 생기고 고기잡는 동네가 되리라 어찌 알고 그옛날 지명을 어부동이라 지었는지...지금도 도로변에 어부동 간판 서있는 법수1리 마을내에는 횟집과 민박집등의 간판이 보이지만 80년대와 90년대 가두리 양식장이 운영됐던 시절에 누렸던 어부동의 명성은 가두리 양식장이 없어지고 바다회의 대중화와 함께 사라진지 오래이다. 어부동이라 하여 주민 대부분이 뱃사공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블루길, 베스등 외래종의 유입으로 물고기 잡기가 시원치않고 겨울철 별미로 인기를 끌었던 빙어 또한 씨가 마른지 오래이다.


대청호 둘레길 12~2구간은 국사봉 산자락에 위치한 어부동을 중심으로 부채살처럼 펼쳐진 법수리, 산수리, 사음리를 돌아보는 코스이다. 마을과 들녘을 따라 더듬어보는 전원풍경은 폭넓은 유년의 놀이터를 연상케 하고 물길에 갇혀 더 이상 갈수없는 땅의 끝에서 마주하는 대청호와 주변 산들은 군더더기 없는 자연 그대로의 풍경화이다. 사음리와 산수리, 법수리 모두 갔던길 되짚어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물수위에 따라 대청호변을 따라 건너갈 수도 있다. 계절에 따라 같은 그림 다른 느낌으로 다가서는 어부동의 속살은 밤마다 들려주시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처럼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이게도 한다.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회인나들목에서 571번 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회남대교를 건너 대전방향에 위치해 있는 곳이 어부동이다. 회남대교를 건너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마을이 사음리 새말이다. 대청호 담수와 함께 이주해온 사람들이 모여 새로 생긴 마을이라 하여 새말이다. 봄날의 농촌 풍경은 경운기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버려진 농토를 임대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하였다는 초보 농사꾼과 도시에서 온 초보농사꾼이 못미더워 쫓아다니며 성화를 부리는 마을 주민의 실랑이가 한창이다. 정작 자신의 농사일은 뒷전인 아저씨가 야속한 아주머니의 그악스런 타박까지 보태어져 한적한 시골마을이 소란스럽다. 걸름없이 전해지는 걸은 말투조차도 정겨운 봄풍경이다.

마름골길 팻말을 따라 간다. 농원이 조성된 날망에 서니 분지처럼 형성된 산자락이 온통 대추나무 과수단지이다. 나란히나란히 사열하듯 병정놀이 한창이다. 한가로운 들녘엔 간간이 경운기만 들고난다. 이다. 간간이 경운기만 들고난다. 깊고깊은 산골마을 지주가 관리를 맡긴 마름들이 살던 마을이라 하여 불리어졌다는 마름골 학술적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사음리와 같은 뜻을 가졌다 한다. 때마침 고추밭에서 일하시던 마름골 주민 성영구(50)씨 휴식시간 핑계삼아 꺼내놓는 옛이야기는 골동품 처럼 신기하다. 장흥을 통해 거슬러온 금강 뱃길은 어부동을 지나 송포리까지 배가 드나들었다는 이야기. 조기와 소금등을 싣고 들어온 배가 나갈땐 감과 대추등을 싣고 나갔다는 이야기.마을앞 가여울 나루터를 이용하여 강 건너편인 청원군 문의면 지역을 오갔다는 이야기. 문의면 사람들이 배타고 건너와 농사를 지으러 왔다갔다 하였다는 이야기. 옛날이야기 책에서나 튀어나올법한 이야기들이 줄줄이 흘러나온다. 어느것 하나 특별하지않은 옛사람들의 정서가 신기하여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수다를 떤다.


서걱서걱 발길에 채이는 갈잎들의 너스레 조차 간지런 수다 같다. 예상외로 산길은 잘나있다. 숲을 벗어나면 짠하고 나타나는 대청호의 물빛 나신 우뚝선 샘봉산을 병풍처럼 거느리고 마주한 대청호는 하나같이 풍경이다. 강건너 뱃머리가 파고들어가야할 버랏나루의 골짜기가 불랙홀처럼 은밀하다. 어떤 곳은 긴꼬리를 남기고 또 어떤 곳은 미련없이 물길속으로 뚝 떨구어지는 꼬리열전은 들어갔다 나왔다 번거롭지만 유난히도 긴 그림자를 남기고 산화하듯 잠기는 산수리의 땅끝은 넓은 모래톱과 초지등과 함께 시원스런 주변 풍광을 즐길 수 있다.


경치가 좋아서 산수리 어느곳에서도 대청호를 마주할 수 있는 산수리는 풍경 그 자체이다. 빙둘러 보아도 어느 하나 빈곳없이 형성된 대추나무 과수단지는 보은대추의 명성이 그냥 얻어지는건 아닌가 보다. 산길을 이용하든 도로를 이용하든 산수리를 건너 법수리로 넘어서면 폐교된 법수초교 주변으로 대규모 연꽃단지를 만날 수 있다. 때마침 노랑색으로 분홍색으로 물든 연꽃들의 춤사위가 시작될 계절 어부동의 여름은 조용하면서도 활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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