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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2.05 14:50:51
  • 최종수정2017.02.05 14:50:51

이재준

전 충청일보 편집국장·칼럼니스트

봉건사회 조선은 너무 가난했다. 유교사회를 지탱했던 힘은 예의염치였으며 성리공론에 치우친 나머지 잘 사는 문제를 논의하지 못했다. 국록을 타먹는 사대부들도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일반 백성들은 어떠했겠는가. 흉년이라도 드는 해는 농민들은 자식들을 데리고 유랑하며 걸식하고 심지어 굶어죽는 경우도 많았다.

양반들도 먹을 것이 없으면 노비를 팔고 그 다음 전답을 팔았으며 나중에는 책을 팔았다고 한다. 이런 조선이 일본의 침공을 어떻게 막을 수 있었겠는가. 임진전쟁을 치르면서 가장 큰 피해는 가난한 백성들이었다. 남자들은 일본군에게 도륙당하고 부녀자들은 겁간을 당했다. 피난을 간 사람들은 굶주림에 지쳐 사람의 시체까지 뜯어 먹는 참상이 기록으로 전한다.

빈곤한 백성의 삶을 극명하게 그린 것이 바로 흥보전. 흥보는 20여명이 넘는 자식들을 먹이기 위해 관아에 가서 매품을 판다. 선금으로 받은 엽전 닷 냥을 가지고와 눈물로 죽을 쑤어 먹였다. 판소리 흥보가에 나오는 흥보 아내의 '가난타령'을 들으면 처연하다.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년의 가난이야. 어이허면 잘사는고 잘살고 못 사는 게 묘 쓰기에가 매였는가..(하략)".

매품은 픽션이 아니었다. 잘 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아전들과 짜고 대신 맞을 사람들을 골라 관아에 보내는 하는 것이다. 조선시대 후기 성대중(成大中)의 청성잡기(靑城雜記)에는 매품으로 살다가 죽었다는 실화가 기록되어 있다.

이 야담을 보면 매품은 보통 엽전 닷냥에서 10냥 정도였다는 것이다. 곤장 7대면 한 대에 한 냥도 안 되는 적은 돈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장 1대의 타격은 매우 심각했다. 엉덩이가 터져 피가 낭자하고 며칠간 일어나지 못했다.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 보리전 마을 매품 전설에는 '좌수영에 보리양식 지고 매 맞으러 간다'는 얘기가 지금도 전해진다.

백성들의 기아는 대게 가뭄이 극심한 시기에 많았다. 세종은 즉위 하자마자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며…흉년이 들어 재산을 가진 자 까지도 배고픔을 면치 못하는 사례가 있다. 이 같은 사태에는 관(官)의 창고를 열어 농민을 구호한다. 만약 이를 시행하지 않는 수령이 있으면 죄로 다스린다"고 교시했다.

그러나 지방 수령들은 임금의 이런 교시를 잘 이행하지 않았다. 조선 정조 때 암행어사 이기(李夔)는 강원도에 파견되어 기아에 허덕이는 백성들의 삶을 목격한다. 관청 앞에 모인 백성들은 며칠씩 굶어 기진맥진 쓰러져 있었다. 그러나 수령은 창고에 곡식을 가득 쌓아놓고도 이를 풀지 않았다. 관고가 비는 것에 대한 문책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분노한 이기는 마패를 하늘 높이 들고 '암행어사 출도'를 외쳤다. 그리고는 수령을 문초하여 죄를 묻고 창고를 활짝 열어 죽어가는 백성들을 살렸다.

지속 된 경제 불황과 기업들의 잇단 해고 등으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직한 가장은 가출하고 단란했던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 설날 50대 독거인은 냉방에서 떡국도 먹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조선소에서 실직한 부산의 20대 청년이 수돗물로 3일을 버티다 마트에서 막걸리 한 병을 훔쳤다. 현대판 쟝발잔인 이 청년은 그래도 수퍼 주인과 민중의 지팡이를 잘 만나 훈방 처리되었다고 한다. 빈곤으로 인한 비극적인 사연은 독거노인이나 노년층에서 전 세대에 골고루 적용되는 양상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관내에서 굶주림에 떨고 있는 실직가장이나 가정이 없는 지 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 말로만 청년들을 위한다거나 독거노인을 살핀다는 것은 위선이다. 식량을 가득 창고에 쌓아두고 이를 풀지 않는 옛 목민관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율곡 이이는 선조에게 시무육조(時務六條)를 올리면서 이렇게 진언했다, '백성들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으니 먹는 것이 우선되고 나서야 교육도 되는 것입니다' 정치의 요체가 무엇인지를 알려준 가르침이다. 대선가도에 나선 잠룡들도 재래시장에 가서 상인들과 사진 찍는 것만을 즐겨말고 그늘진 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국민들을 찾아 손을 잡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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