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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방학을 며칠 앞둔 학교에서 자신을 놓아버린 한 선생님의 죽음에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수많은 교사가 거리에 나서 죽기 싫다고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 그들이 쏟아내는 황당한 사례들은 '세상에 이런 일이'가 아니라 이미 나와 내 동료가 겪고 있는 일이기에 이대로는 안 된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고인을 추모하는 수많은 근조 화환들과 위로의 글 사이에 선생님들은 자신이 겪은 사연을 쪽지로 남겼다.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의 위협으로 손발이 묶인 교육자로서의 좌절을 토로했다. 피를 토하는 외침들이 활자로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교육감님, 제발 내 딸 사건도 조사해주세요. 내 딸은 죽어서 꽃 한 송이 받지 못했어요." 어느 아버지의 절규, "부임 첫날, 한 시간 수업하고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어느 기간제 선생님의 외침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던 교사의 마지막이 힘없이 죽음으로 내몰린 억울한 사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혹시 내 주변에는 이런 억울한 사건은 없었을까?

최근 몇 년간 내가 겪고 들은 민원도 참 다양했다. 학생들끼리 놀이 중에 생긴 사소한 다툼이 학교폭력 사건으로, 법적인 처리로 이어지는 것은 특별한 일도 아니다. 작은 일도 교육청으로 찾아가고 국민신문고부터 찾는 것이 다반사다. 교장, 교감은 언제 무슨 일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학생 수만큼 짊어지고 다닌다는 농담을 듣곤 했다. 학교에 시정을 요청하거나 대화로 풀기보다는 먼저 법적인 처리를 요구하는 현실에 교사와 학교가 일상적인 학교 교육에 전념할 수가 없다. '내 아이 기분 상해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란다.

일부 뉴스에는 교장, 교감을 비롯한 학교가 교사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이번 사건의 조사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수많은 사례마다 상황이 다 다른데 어떻게 알고 그런 말을 하는가? 언론이 한쪽의 억울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초등보통교육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 역할을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교사이고 각종 교육적인 지원을 하는 사람이 교장, 교감이며 교직원이다.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교사는 철저히 보호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란다. 아동학대 등의 민원에 학교는 철저히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악성 민원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처음부터 악성 민원으로 단정하고 시작할 수는 없다. 아무리 믿는 교사라 할지라도 말이다. 교장, 교감은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를 보호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악성 민원이나 교권 침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현장 교사들도 보호받아야 하고 교장, 교감을 비롯한 모든 교직원도 함께 보호받아야 한다. 학교가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야 우리 학생들 또한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너무나 꽃다운 선생님의 희생으로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정당한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을 보호받을 수 있는 각종 법안 제정이 시급하다. 다만 또 다른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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