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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회의나 연수에 가보면 항상 앞자리는 비어있다. 강의자나 사회자의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앉고 싶어 하는 것은 주목받고 싶지 않은 사람의 본성인가 보다. 내가 참여자일 때는 어찌 됐든 구석에 앉고 싶어 했었다. 내가 회의나 연수를 주관하는 사람이 되니 마음이 달라졌다. 구멍이 뚫린 것처럼 텅 빈 앞자리들이 신경 쓰이고 어떻게 채워야 하나 고민이었다. 앞으로 당겨 달라고 부탁하면 몇몇 분은 자리를 이동해주기도 하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옮겨주기를 기대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이럴 땐 정말 난감했었다.

한 연구 결과에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앞에서 두세 번째 자리에 앉는다고 하니 학부모들은 내 자녀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단다. 내 자녀에게 그토록 바라는 일도 내 일이 되면 하지 않는다.

내 상황이 달라졌다고 모른 체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난 앞자리에 앉으려 노력한다.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주최한 사람이 더 앞으로 당겨주기를 요청하면 바로 옮겨주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얼마 전, 유치원 겸임원장 연수에 참여했다. 크게 늦지도 않았는데 남은 자리는 맨 앞자리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강사 코앞이라 졸기라도 한다면 정말 미안할 자리라 돌아봐도 빈자리가 없었다. 이틀간 다행인 것은 연수과목도 강사님들도 훌륭해서 졸음이 찾아오지 않았다. 마지막 강의를 끝낸 한 교수님이 인사를 하시더니 슬그머니 내 앞으로 오셨다. "맨 앞자리에서 적극적으로 경청해주셔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셨다. 난 그저 훌륭한 강의라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을 뿐인데 감사 인사까지 들으니 얼떨떨했다. 그리고 오늘 학교장 교육과정 연수회에서 재즈 공연프로그램이 있었다. 우리 세대면 다 아는 노래라면서 박수를 요청했다. 박수가 절로 나오는 신나는 노래에 어깨를 들썩이며 맘껏 즐겼다. 노래를 끝낸 가수는 우리 테이블 사람들이 손뼉을 신나게 쳐줘서 고맙다며 책 선물을 줬다.

내일은 동광 다모임이 있는 날이다. 듣는 태도가 유난히 좋고 호응도 잘하며 신나게 참여하는 학생들과 만나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외부 강사가 오면 아이들의 집중도에 놀랐다고 말해줄 때가 많다. 그러면 교장인 나는 어깨가 으쓱해지고 정말 기쁘다.

늘 아이들에게 말했다. 1학년 말하기 듣기 시간에 배우는 '말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이것만 잘 실천해도 우리는 평생 잘살 수 있다. '황금보다 지금이 더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 하는 일에 집중하고 즐기자.' 아이들은 노력하고 있고 변화하고 있다.

학생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수업 시간에, 친구와 대화할 때, 부모님이 말씀하실 때 말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간단한 추임새를 넣으며 듣는다면 어떨까? 이것이 공감이고 소통이며 좋은 관계를 만드는 기본이면서 지름길이다.

아이들에게 말했으니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손뼉을 열심히 쳤을 뿐인데 감사 인사도 듣고 선물도 받았다. 내일 아이들에게 해 줄 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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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충북 청주 출신 윤희근 23대 경찰청장은 신비스러운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 이전만 해도 여러 간부 경찰 중 한명에 불과했다.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총경)실에서 만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게 불과 5년 전 일이다. 이제는 내년 4월 총선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취임 1년을 맞았다. 더욱이 21일이 경찰의 날이다. 소회는. "경찰청장으로서 두 번째 맞는 경찰의 날인데, 작년과 달리 지난 1년간 많은 일이 있었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그간 국민체감약속 1·2호로 '악성사기', '마약범죄' 척결을 천명하여 국민을 근심케 했던 범죄를 신속히 해결하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같은 관행적 불법행위에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으로 법질서를 확립하는 등 각 분야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만들어졌다. 내부적으로는 △공안직 수준 기본급 △복수직급제 등 숙원과제를 해결하며 여느 선진국과 같이 경찰 업무의 특수성과 가치를 인정받는 전환점을 만들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다만 이태원 참사, 흉기난동 등 국민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안타까운 사건들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게 된 일흔여덟 번째 경찰의 날인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