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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 교장

월요일 아침, 차에서 내려 잰걸음으로 강당으로 달려갔다. 주말에 시공한 벽면 안전매트가 어떨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완공된 모습을 보자마자 나도 교감도 소리를 질렀다.

"와아! 정말 마음에 들어요."

뒤따라 온 현장소장도 "걱정했는데 세련된 색으로 잘 고른 것 같아요."라며 웃으셨다. 나도 그제야 어깨에서 무거웠던 걱정을 내려놓았다.

우리는 지난 8개월간 다목적 강당 건립공사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설계부터 발주, 계약, 공사감독 모두 교육청에서 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관여할 일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매일 공사장을 들렀던 것은 아이들이 사용할 강당이 좀 더 아름답고 효율적인 공간으로 건축될 수 있도록 과정 안에서 개입하고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서였다.

돌이켜보면 정말로 중요한 순간들이었다. 특히 마무리 단계에서는 나무 한 포기, 돌 한 개 옮길 때도 지켜보며 관여했다. 아이들의 눈높이로 문제점이나 불편한 사항을 미리 따져보고 수정하도록 요구했고 덕분에 때맞춰 해결할 수 있었다.

대규모 공사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공급될 자재의 색과 디자인을 고르는 일이었다. 공사단계별로 사용자인 학교에 많은 선택 기회를 주었다. 지붕 색, 외벽 벽돌, 실내 마감재의 재질과 색, 디자인, 무대막, 내벽 안전매트 등을 골랐다.

건축에 대한 기초지식도 없거니와 집수리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참 난감했다. 샘플로 가져온 작은 나무 조각, 작은 벽돌 하나가 건물 전체에 입혀졌을 때 어떻게 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2차원의 평면에 그려진 예쁜 디자인이 3차원의 입체로 구현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그려가며 골라야 했다. 주변의 색과 모양이 어울리는지 고려하지 않으면 생뚱맞은 느낌이 들 것이 분명하고, 크기도 가늠해가며 선택해야 했다. 요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많이 고민했다.

다행인 것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과 교직원의 의견을 모아 한 가지씩 정리해 나갔고 결과도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현장소장도 교육청에서도 학교의 작은 의견에도 귀 기울여 주었기 때문에 마음껏 얘기할 수 있었다.

교감도 교사들도 출근하지 않은 여름 방학 어느 날, 업체에서 안전매트의 색을 고르라며 샘플을 보냈다. 초등학교에서는 밝고 선명한 원색이나 화사한 파스텔톤의 색을 많이 한다며 참고자료도 보내주었다. 사진에는 빨강, 파랑, 초록, 연두색 등의 매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혼자 고르려니 부담스러웠지만 난 짙은 고동색과 한 톤 밝은 갈색으로 골랐다. 밝은 나무색 바닥과 내벽에 어울려 안정감을 주고 때가 타지 않아 관리하기도 쉬운 색이며, 무엇보다도 세련된 공간이 될 것 같았다.

납품업체의 생각은 달랐는지 안전매트를 벽면에 시공하기까지 세 번이나 확인 전화가 왔다. 다른 학교와는 다른데 정말 이 색이 맞느냐고 자꾸만 묻는다고 했다. 아이들 색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내 선택을 고수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다행히 준공검사에 참여한 분들도 공감해주셨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좋아했다. 못 이룰 꿈과 같았던 강당에 첫발을 들여놓던 날 아이들도 "와! 예쁘다. 멋지다." 환호성을 질렀다.

어려운 색 고르기를 하면서 "아이들의 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사업자들은 아이들이 쓰는 공간에 일반적이라며 몇 가지 한정된 색을 추천하곤 했다. 의문은 '아이들의 색이 따로 있나·'는 것이다. 결론은 아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간과 용품이 밝고 화사해야 정서발달에 좋다고 한다. 백번 공감한다. 덧붙이자면 어두운 색이 조화롭게 배색되어야 밝고 화사함이 더 빛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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