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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7.07 17:39:41
  • 최종수정2021.07.07 17:39:41

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망연자실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이 벌어졌다. 며칠 전 5학년들이 닭장 따밤랜드 앞에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교장선생님, 병아리들이 하나도 없어요."

"헉! 뭐라고· 어제도 윤찬이랑 작은 닭장에 7마리 잘 넣어줬는데 무슨 일이니·"

닭장 안에는 하얗고 까만 깃털만 몇 개 널브러져 있을 뿐 어디에도 병아리들이 없다. 아이들은 병아리들과 놀려고 만들어놓은 벤치에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이 사단은 5학년들이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로부터 출발했다. 닭장에는 수탉 1마리와 암탉 3마리가 주기적으로 알을 낳으며 잘 살고 있었다. 조금은 엉성하지만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별일 없이 겨울을 보냈다.

봄이 되자 5학년들은 새로운 일을 도모했다. 한 마디로 닭들의 생활환경 개선과 식구 늘리기 프로젝트였다. 좁은 닭장에 갇혀 하루 종일 지내는 닭들이 불쌍하다며 닭장 뒤 여유 공간에 놀이터를 만들어주겠단다. 아이들은 직접 각목과 그물망을 구입해왔고 쓱싹쓱싹 뚝딱뚝딱 공간 변신 프로젝트를 재미있게 수행했다. 닭장 벽을 뚫어 커다란 터널도 만들었고 멋졌다. 모두들 박수를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다. 밤새 누가 닭장을 침범했는지 닭 한 마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땅 쪽에 틈새가 있었다. 작은 빈틈을 침범할 수 있는 것은 살쾡이라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 의견에 반대한 사람은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과 5학년 가연이었다. 살쾡이가 아니라 고양이라는 것이다. 고양이가 어미닭을 잡아갈 수 있다고· 구멍의 크기도 그렇고 고양이가 닭을 잡아먹는다는 것이 말이 돼· 대부분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5학년들은 비장한 마음으로 닭들을 지키기 위해 작은 틈을 막는 보수공사를 했다. 그러나 불행은 다음 날도 이어졌다. 또 한 마리의 암탉이 사라졌다. 그렇게 세심하게 틈을 메웠는데도 말이다. 살쾡이가 땅을 판 흔적도 없었고 고양이를 의심할 다른 증거도 없었다. 아이들은 눈물까지 보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다시 따밤랜드 보수작업에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두 마리 남은 닭들이 무사히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제야 안심을 했다.

5학년들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병아리 부화는 교장실에서 세 번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20일 간격으로 2마리, 3마리, 또 2마리가 알에서 깨어났다.

처음 태어난 병아리들을 닭장에 넣고 적응시키는 과정에서 수탉이 물어뜯어 1마리를 잃었지만 나머지는 한 동안 무사히 닭장에서 살아남았다. 어느 날 동네 할머니가 손자들이 갖다놓은 병아리를 키울 수 없다고 까만 병아리 3마리를 가져오셔서 모두 7마리가 되었다.

닭들은 새로운 식구들과 새 가정을 꾸려서 적응해나갔다. 어제는 닭장관리 전문가 윤찬이가 병아리들을 작은 닭장에 몰아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웃겨서 실컷 웃기도 했다. 5학년들도 마지막으로 태어난 병아리만 이사시키면 되겠다고 했는데 7마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우리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아직도 범인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누가 우리 닭을 훔쳐갔을까·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남은 암탉 1마리까지 잡아가는 고양이를 윤찬이가 목격했다. 이 모든 사건의 범인이 학교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고양이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붕 이음매에 벌어진 틈으로 고양이는 유유히 드나들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닭들을 위해 놀이터를 만들어주려고 했을 뿐인데 닭을 모두 잃은 아이들은 망연자실했다. 아직 남은 수탉과 병아리 2마리를 지키기 위해 아이들은 또 다시 따밤랜드 보수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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