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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현관에 피아노를 갖다 놓았다. 특수학급 교실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나온 피아노이다. 중앙현관에 피아노라니 다소 생뚱맞겠다 싶었는데 그리 나쁘지 않았다. 방학 중에는 외벽과 창호교체 공사 중이라 비닐을 씌워놓았다가 개학하면서 걷어냈다.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도 피아노를 열어보지 않았다.

요즘 피아노는 천덕꾸러기 같다. 교실마다 덩치 큰 피아노가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버겁다며 차라리 키보드를 사달라고 한다. 수업시간에도 다양하게 제공되는 음원이 넘쳐나니 실음을 활용한 수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녀 정서교육으로 악기 하나는 가르쳐야한다며 비싼 피아노 한 대씩 어렵게 구입했었다. 요즘은 어떤가? 아파트에선 층간소음으로 연주도 못하게 하니 애물단지가 되었다.

며칠 전 점심식사 후 행정실장과 현관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피아노를 보더니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웠단다. 오호! 한 번 쳐보라고 하니 쑥스러운지 손사래를 친다. "그럼 내가 한 번 쳐 볼게요." 하고 '학교종'과 '고향의 봄'을 연주했다. 사실 연주라고도 할 수도 없다. 그저 뚱땅뚱땅 눌러서 소리를 냈다.

"자, 이제 실장님 차례예요." 실장이 못이기는 듯 앉아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뚱땅뚱땅이 아니라 연주다. 유키 구라모토의 "로망스"와 "루이제 호수", 이어서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연주했다. 십여 년 만에 악보도 없이 기억만으로 연주한다는데 손놀림도 유연했고 완곡은 아니었지만 아름다운 연주였다. 멋진 피아노 선율은 사람들을 이끌었다. 식사를 마치고 지나가던 아이들도 멈춰 섰고 교직원들도 잰걸음으로 누가 피아노를 치는지 보러 왔다. 연주가 끝나자 모두 물개박수를 쳤다.

이번엔 새내기 주무관 차례다. 젓가락 행진곡을 신나게 그러나 쬐금 치고 있는데 2학년 현이가 바짝 다가와 쳐다보고 있었다. "현이도 한 번 쳐볼래?" 했더니 선뜻 피아노 앞에 앉는다. 고사리손을 건반 위에 펼쳐 놓더니 꾹꾹 눌러가며 "솔미미 파레레 도레미파 솔솔솔" 나비야를 끝까지 연주하고 일어난다. 관람객의 큰 박수 소리가 멋쩍은지 "방과후 피아노에서 배웠어요." 라고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현관 연주회가 처음은 아니었다. 6월 초, 5학년들이 점심시간에 우쿨렐레 버스킹을 하겠다고 했다. 공연 안내 포스터를 만들어 학교 곳곳에 붙였고 날짜와 시각을 알려왔다. 연주회 당일 아이들과 교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5학년들은 학급특색활동으로 1학기 내내 연습한 곡들을 키보드 반주에 맞춰 제법 연주다운 연주를 했다.

작년부터 학교에서는 코로나 감염의 위험이 있는 함께 노래 부르기, 입으로 부는 악기연주가 금지되었다. 원격수업을 하는 학교가 대부분이니 대면수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만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학교는 적막하기 이를 데 없었다. 5학년 아이들의 버스킹에 이어 깜짝 피아노 연주는 짧았지만 가뭄의 단비처럼 우리에게 기분 좋은 울림을 주었다. 음원으로 듣는 것과는 또 달랐다.

두 연주회를 보고 나니 그 다음 여정이 그려졌다. 선생님들의 기타 동호회도 있고 아이들도 방과후학교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마을학교 선생님께 배우는 사물놀이도 떠올랐다. 말없이 구경하던 교직원 중에도 또 다른 실력자가 분명 있을 것이다.

"10월에 현관 연주회 어때요?" 하니 모두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종종종 뒷걸음질을 쳤다. 하하하 강요는 않을 거다. 오늘 아침엔 슬그머니 딸아이들의 피아노책을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종류별로 갖다 놓았다. 하나의 울림이 또 다른 울림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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