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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3.15 17:13:02
  • 최종수정2023.03.15 17:13:02

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또 졌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주변 대부분 사람이 확진되었어도 무사하길래 슈퍼 면역력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내 오만을 조롱하기라도 하듯 작년 11월 확진되어 1주일 내내 앓아누웠을 때 이미 졌는데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엔 마스크 확보하느라 전쟁, 거리두기와 확진자 격리 방법, 신속항원검사 및 처리 방법 등으로 또 전쟁을 치렀지만 우리는 잘 해왔다. 재빠르게 급식실 칸막이를 설치하고 우리의 선견지명에 우쭐하기도 했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교육활동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코로나, 너에게 만만하게 질 수는 없지!'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3년의 전쟁 끝에 2월 말, 대응 매뉴얼이 완화되면서 이제는 식탁 칸막이를 없애도 된다 했다. 새 학년을 시작하기 전에 깨끗하게 치우고 아이들을 맞이할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행정실장으로부터 식생활교육관으로 빨리 와 달라는 전갈을 받고 달려갔을 때는 이미 사태가 벌어져 있었다. 작업을 하던 시설 주무관도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뽀얀 식탁에 군데군데 생채기가 났다. MDF 판에 시트지를 눌러 붙인 상판이 한 조각씩 떨어져 나가 마치 작은 웅덩이가 생긴 것 같았다. "으악!" 저절로 신음이 나왔다.

칸막이를 고정하기 위해 붙여놓은 강력 테이프가 식탁 상판을 다 뜯어먹은 거였다. 벌써 4개의 식탁이 망가졌다. 더는 작업하지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드라이기로 병에 붙은 라벨을 깨끗하게 떼어냈던 경험이 생각나서 한두 개 해보라 하고 출장을 갔다. 그날 내내 틈만 나면 식탁을 손상하지 않고 칸막이를 떼어낼 방법에 대해 검색했지만 그런 자료는 없었다.

다음 날 출근하니 드라이기가 효과가 있었다길래 모두 살린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다. 반쯤은 무사하지 못했다. 얼마나 접착력이 강했는지 드라이기를 사용해도 어려웠다고 했다.

'언젠가 없애야 할 때를 염두에 두고 붙였어야 했어.'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초기 코로나 시기에 칸막이를 설치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할 때만 해도 3년이나 사용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단단하게 고정하지 않았다면 내내 불편했을 거다.

구매한 업체에 문의해 보니 상판을 교체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견적이 430만 원이란다. 설치한 비용보다 더 많다. 지금 당장 예산을 세워놓은 것도 아니고 올해 시설관리비로 쓰일 곳도 많아 선뜻 사용할 수가 없었다. 난감한 일이다.

정말 오랜만에 서로 얼굴 보며 깨끗하고 깔끔한 식탁에서 식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흥부네 누더기옷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내 마음에 멍이 든 것처럼 한숨이 나왔다.

최상의 방법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방법을 찾아 보았다. 퍼티로 구멍을 메우고 비슷한 나뭇결 무늬목 접착 시트지를 찾아 바르면 4만3천 원이면 될 것 같았다. 430만 원이냐? 4만3천 원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단 4만3천 원으로 결정했다.

며칠 후 퇴근 무렵 행정실장이 주문 상자를 들고 왔다. 빨리 결과를 보고 싶은 마음에 바로 급식실로 달려갔다. 영양교사와 행정실장과 함께 퍼티를 발랐다. 구멍이 크지는 않아서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건조도 빨랐다. 사포로 가볍게 면을 고르고 시트지를 하나 붙여 보았다. 솔직히 감쪽같지는 않지만 조금 봐줄 만했다.

아이쿠! 코로나야, 그래 또 졌다. 지고 또 졌어도 우리는 오늘처럼 붙이고 떼어내고 메꾸어 가며 너를 상대해 왔다. 앞으로도 묵묵히 또 그렇게 걸어갈 텐데 말이다. 이제는 좀 져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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