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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 교장

"밀라논나" 이 독특한 이름은 패션 디자이너 장명숙의 유튜브 채널이름이면서 애칭이다. '밀라노'와 '논나'라는 이태리말 합성어로 밀라노 할머니라는 뜻이란다. 우리나라 최초의 밀라노 유학생이기도 한 그녀의 컨텐츠를 우연히 보게 된 후 거의 모든 영상을 다 봤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것은 그녀의 옷장이다. 화려한 패션세계에서 활보했던 사람치고는 너무나 소박했다.

옷을 거의 안 산다는 그녀가 보여주는 옷들은 몇 십 년씩 된 것들이며 언제 샀는지 어디서 사서 어떻게 입었는지 하나하나 기억하고 소개했다. 해외 유명 명품 옷들도 있었지만 가장 아끼는 옷은 아버지의 유품 흰색 셔츠란다. 69세의 할머니가 하얗게 삶아서 입고 있는 옷이 그 아버지의 셔츠라니 놀라웠다. 삶의 흔적, 패션철학을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밀라논나를 다시 본 것은 EBS초대석이었다. 채널을 개설한지 1년 만에 67만 구독자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되어 있었다. 패스트 패션이 트랜드인 요즈음 오래된 옷을 재활용하고 재사용하는 그녀의 패션철학을 담은 채널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갖다니 아이러니하다.

인터뷰를 시청하는 동안 EBS 세상의 모든 다큐 [스테이시 둘리의 취재파일 - 패션 산업의 어두운 비밀] 편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작년 10월 쯤 시청한 후로 환경문제라는 단어만 들어도 떠오르는 영상이다. 세계의 굵직한 문제를 취재하는 스테이시 둘리는 패스트 패션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샅샅이 파헤쳐 보여주었다.

패스트 패션이란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여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시켜 승부하는 패션 또는 패션사업을 뜻한다. 패스트푸드(fast food)처럼, 빠르게 제작되어 빠르게 유통된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많은 옷감 중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것은 무엇일까? 나는 면이라 생각했다. 뻔한 대답은 함정이 있기 마련이다. 1961년 영국 땅의 절반 쯤 되었던 아랄해가 현재는 90% 이상 줄어들었다는 취재내용에 입이 떡 벌어졌다. 이유는 면직물을 만들 목화를 키우고 직조하고 염색하는데 드는 물이 어마어마하다는데 있었다. 물고기가 살던 호수가 낙타가 사는 사막이 되었고 아랄해 주변 어부들은 직업을 잃었다. 강에 유독물질을 직접 방류하는 섬유공장들 때문에 납, 수은, 비소로 오염된 보라색 물, 거품나는 시커먼 강을 보여주는데 구역질이 났다. 문제는 2천800만 명의 사람이 그 물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옷을 입는 SNS에서 인기있는 패션 인플루언서의 인터뷰 내용이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싸고 예쁜 옷을 사서 입고 촬영하고 버린다. 두 번 입는 옷이 거의 없다. 한 번도 안 입은 옷들도 많다. 화려한 패스트 패션의 이면에 쥐어짠 수건처럼 쪼그라들어 없어져 버릴 위기에 처한 아랄해가 있었다. 사람들이 즐겨 입는 청바지를 만들기 위해 아랄해를 바친 것이다.

"제대로 된 옷을 하나 사서 오래 입지 이게 뭐니?" 두 딸의 자취방에 걸린 옷들을 보면서 말했다. 딸들은 동의하지 않았을 뿐더러 자기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엄마, 요즘 트랜드는 옷을 싸게 사서 입고 늘어나거나 누렇게 되면 버리는 거예요."

패스트 패션은 일부 패션니스트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증거다. 미디어로 배우고 미디어로 소비하고 미디어 속에서 사는 젊은 아이들의 소비 패턴이 그렇단다.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한들 무엇이 바뀌겠는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환경문제의 답 하나가 밀라논나의 옷장에 있는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풀어놓아야 하는지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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