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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 교장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말도 못하는 어린 아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표현하는지 부모의 양육태도에 따라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따뜻해진다. 특히 아이들의 배움의 순간을 관찰하는 것은 보물상자를 여는 것처럼 신기하고 감동적일 때가 많다.

요즘은 벤틀리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며칠 전에는 벤틀리가 세발자전거를 처음 타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거실에서 자전거에 앉아 이리저리 흔들 뿐 페달을 굴리지 못하고 있었다. 형 윌리엄은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며 발에 힘주는 방법을 다양하게 설명하며 도왔다. TV 밖의 나도 몸에 힘을 주며 "벤틀리, 발에 힘을 줘! 굴러굴러~" 응원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나는 언제 처음 자전거를 배웠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 남동생이 제 몸보다 훨씬 큰 짐자전거를 끌고 와 자전거 사이로 다리를 끼워 집 앞 골목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던 그 무렵이었을 거다. 어쨌든 나는 자전거를 탈 수 있었고 대학시절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한 달간 아르바이트까지 했다. 이 정도면 의심치 않고 잘 타는구나 싶겠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기초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까닭이다.

먼저 자전거 운행 규칙을 몰랐다. 자전거도로가 제대로 없던 시절이어서 도로에서 탔는데 차가 내 뒤에서 달려오는 것이 무서워 2차선 도로에서 오는 차를 마주보며 자전거를 탔다. 지금 생각하면 운전자에게 얼마나 위협적이었을까 아찔하고 미안하다.

둘째는 타고 내리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화단경계석이나 약간 높은 돌 위에 왼발을 딛고 안장에 앉아야만 출발할 수 있었고 내릴 때도 불안하게 내렸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 번도 자전거 타는 법을 다시 배울 생각을 못했다. 딸아이들 자전거 배울 때, 유원지에서 자전거를 빌려 잠시 탈 때도 그냥 지나쳤다.

일요일 아침 남편은 오래된 자전거에 바람을 넣어주며 같이 타자고 했다. 사람들과 직접 부딪칠 염려가 없으니 거리두기로 좋은 운동이었다.

들풀이 한들거리는 무심천 자전거도로를 상쾌하게 달리고 달려 꽤 먼 거리를 갔다. 장거리를 타다보니 짧은 코스에서는 괜찮았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교차로, 사람들이 많은 곳 등에서 멈추어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자전거를 끌고 발을 디딜 곳을 찾아야하니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출발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두세 번 연습하니 금방 탈 수 있었다. 아! 그 짜릿함이란 뭐랄까 묵혀놓은 숙제를 끝낸 느낌이었다. 다음은 내리기였다. 이게 쉽지가 않았다. 균형이 잘 잡아지지 않았고 겁이 나고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조심스럽게 타기 성공! 그리고 내리기 연습~ 실패다! 다시 또 연습~ 불안하다. 그래도 또 연습~ 어~~어~~아아악~ 켁~ 앞으로 곤두박질쳤다. 콘크리트 바닥에 고꾸라져서 따가운 팔꿈치를 부여잡고 한참을 누워있었다. 고통이 가실 때쯤 일어나보니 양쪽 무릎과 왼쪽 팔꿈치가 까졌고 오른쪽 팔꿈치는 넓게 피가 철철 흘렀다. 40년간 배우지 않았던 것을 급히 배우려 하니 대가로 상처가 남았다.

그 후로도 나의 자전거타기 연습은 계속 중이다. 벤틀리는 힘을 주지 못해서 자전거를 못타는데 나는 힘이 너무 들어가서 아직도 불안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되 기초는 튼튼히 다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지는 요즘이다.

"벤틀리, 자전거 천천히 배워도 돼.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자꾸나! 그래야 안전하게 더 오래 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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