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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 교장

'클래식과 함께하는 감성 충만 여름 방학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야심 차게 방학식을 준비했다.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무지크로 시작해서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센과 치히로의 모험, 이웃의 토토로의 주제음악, 아이들이 좋아하는 신호등, 앙코르곡으로 BTS의 다이너마이트까지 알차게 구성한 음악회로 구성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이해를 돕고 흥미를 돋워주기 위해 배경영상을 만들었고 동광 중창단 '감동' 단원들도 한 파트를 맡았다.

코로나 환자가 폭증하면서 시작했던 새 학기라 입학식도 시업식도 없이 시작했다. 학기 중에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모두 한자리에 모일 기회는 없었다. 유치원부터 전교생이 함께 모이니 감회가 새롭고 가슴이 뭉클했다. 여전히 벗지 못하는 마스크와 활동의 제약이 많은 와중에도 너무나 열심히 한 학기를 달려온 아이들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 될 거라 생각했다.

무대에는 6명의 앙상블 팀이 애국가부터 연주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문제는 엉뚱한 데 있었다. 사회자가 "국기에 대하여, 경례!"라고 엄숙하게 말하자 고학년 학생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정중하게 국기를 향해 섰다. 그런데 1~3학년 아이들 몇 명은 선배들을 따라 손을 올렸지만 많은 아이가 어정쩡하게 앞뒤를 쳐다보며 쭈뼛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까지 많은 공연을 관람하면서 보여주었던 멋진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가슴에 손을 올리고 서 있는 선배들이 이상한지 멀뚱멀뚱 쳐다보며 웃기도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사회를 보던 교무부장도 당황하는 눈치였다. 의식은 그대로 이어가야 했기에 담임교사들도 아이들을 눈빛으로 꾸짖고 시범으로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꼬마 아이들의 어색한 국민의례는 우리 모두를 당황하게 했다.

지난 2년간 전교생 조회는 고사하고 졸업식도 함께 못했던 여파가 이런 데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팬데믹에서 일상으로의 회복, 교육력 회복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의례도 안 가르쳤나? 당연히 가르쳤다. 기본생활 습관도 국민의례도 가르치고 익히는 과정은 반복 또 반복되어야 습관으로 익숙해지는 법이다. 안다고 행하는 것이 아니고 한 번 배웠다고 다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꾸준히 활용하고 해보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 시간이 없었던 거다.

학교장 인사말을 하기 전에 국기에 대하여 경례하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설명했다. 교가 제창 순서가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은 여기서도 막혔다. 코로나가 비말로 감염되는 특성을 가졌다 하여 지금까지 노래를 부르는 것도, 입으로 부는 악기도 연주하지 못했다. 교가는 함께 모이는 행사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마련인데 당연히 익히지 못한 거였다.

2년 내내 등교하는 방법, 공간과 거리의 제약, 움직이는 동선까지 함부로 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기초 중의 기초,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을 배우고 익힐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것도 하지 말라 저것도 하지 마라. 함께 모여 있으면 안 되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니는 것도 안 된다 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된 실상이다. 이번 학기 내내 기초 기본 학습에 더 많은 시간을 기울여야 했고 함께 하는 청소며 놀이까지 다시 시작해야 했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기억해내고 습관화하는 일상으로의 회복을 도모하고 있었는데 엉뚱한 곳에서 구멍이 자꾸 보인다.

방학이 시작됐다. 선생님들은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더 배움 학교 프로그램 예산을 받아왔고 '배움꽃'이라는 예쁜 이름도 예쁘게 지어 부족한 부분을 다시 채우려는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잊은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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