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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 가다 말면 아니 가느니만 못하다. 한 가지 일을 끝까지 매진해야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니까 맞는 말이다. 어릴 때 배운 이 격언의 힘은 매우 강력했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이것저것 배우는 것을 좋아했지만 오래 깊게 파고들지 못했던 나는 죄책감마저 들었다. 시작한 모든 일을 끝까지 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위안해도 뒤통수는 늘 뜨끔했다.

나이 들어가면서 이 말들이 모든 일에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삶의 곳곳에서 깨달았다. 한 가지만 바라보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을 때 오히려 편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때론 넓고 얕은 지식이 삶의 굴곡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난 "가다가 말면 간 만큼 이익이다. 얕은 우물을 여러 개 파도 괜찮다"라는 말을 하면서 죄책감을 버렸다.

특히 나와 같은 교육자나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한 번 더 생각해볼 일이다. 적어도 학생들만큼은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생각과 같은 맥락이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 가지 정하고 흔들림 없이 끝까지 매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고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 확신에 차서 한 우물만 파다가 그 우물의 결과물이 이제는 세상의 관심이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요즘 와서 이 말에 더 힘이 실린다. 세상은 눈이 휙휙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해가고 어제의 지식이 오늘은 쓸모없게 되는 일도 허다하니 말이다. 한 우물만 파다가 세상을 모른다는 소리 듣기 십상이다. 가다가 아니면 뒤돌아서기도 하고 옆길로 가도 괜찮은 세상이 됐다.

최근까지도 일반적이었던 직업에 대한 견해도 바뀌어 이제는 평생직장이라는 말을 운운하기도 어렵다. 우리 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평생 그 직장에서 뼈를 묻어야 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하라. 자주 이직하는 것은 끈기가 없거나 적응을 못 한다 여겨지니 진득하게 버텨야 한다고 했었다. 지금은 누구도 평생직장을 보장할 수도 없고 오히려 이직을 내 가치를 높여 평가받는 기회로 삼는다. 심지어 한 사람이 평생 하나의 직업만을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매력 없는 사람이라고도 한단다.

불과 몇 년 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을 때 각종 매체에서 우리 아이들 세대는 평생 5~6가지 직업을 가질 것이 떠들며 준비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게 먼 얘기가 아니었다. 이미 한 사람이 다양한 일을 하고 있고 직업의 크로스오버도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말하는 이는 우리 아이들 세대뿐만 아니라 우리도 또 다른 직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설날이다. 얼마 전 새해를 맞아 사람들은 다양한 결심을 했을 것이다. 그 어렵다는 금연, 내겐 너무 어려운 다이어트, 누구에게나 꿈 같은 부자 되기 등등 말이다. 지금쯤 언제 그랬냐는 듯 잊기도 했을 거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꾸준히 지속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안다. 그렇다고 아예 계획조차 않는다면 성공할 기회조차 없다. 가다가 말았어도 간 만큼의 과정에서 새로운 생각과 만나고 또 다른 사람과 만날 수 있다. 여러 개의 우물을 얕게 파 보는 과정에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또 다른 방법을 구안할 수도 있는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그 속에 내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아이디어와 아이템이 숨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다 말면 아니 가느니만 못한 것이 아니라 간 만큼 이익이다. 여러 우물을 파다 보면 하나쯤은 펑펑 터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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