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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수필가·공인중개사

김이 모락모락 올라가는 밥, 어머니는 밥그릇에 소복하게 밥을 얹어주셨다. 세상 어디에서도 대할 수 없는 지극한 마음이 담긴 밥이었다. 세상사 힘들 때면 어머니의 고봉밥이 생각난다. 어머니의 밥은 마음을 열리게 하는 정이었고 힘이었다. 그래서인지 밥을 같이 먹자는 말은 상대방에게 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우리의 정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식습관의 변화로 아침밥을 거르거나 대용식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밥이 없어 못 먹던 시절을 잊어버리고, 밥은 '탄수화물'로 '칼로리가 높다'라며 밥 먹기를 주저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1인 가구의 증가는 나 홀로 족이 늘어나 혼밥족도 시대의 풍조처럼 되어가고, 이제 밥심이란 말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는 가족끼리 얼마나 밥을 먹는가를 조사했다고 한다. 밥을 같이 먹은 사람은 정서적 사회성이 좋은 반면에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심리적 문제가 많다고 했다. 한편 평생동안 사랑과 봉사로 아픈 사람들을 돌보아왔던 김수환 추기경은,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비타민처럼 알약으로 대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도 했단다.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먹는다는 그 행위 자체 보다, 식사를 매개로 하여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공유한다는 데 의미가 있으리라.

중동의 히브리 족은 간편식을 했다고 한다. 이집트에서 쉼 없이 노예 생활을 했던 그들은 육체적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만 섭취했으며, 전(前)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바쁜 일정에도 저녁 식사는 반드시 집밥을 고수했다고 한다. 그 시간만큼은 대통령이 아닌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었고, 많은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집에서 먹은 식사 덕분이었다고 했다. 음식의 가치뿐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경험, 하루를 사는 진정한 가치의 가능성을 이야기하였다.

나에게는 잊지 못할 밥이 있다. 오래전 동료의 부음을 받고 퇴근길에 j읍을 갔던 때이다. 한 시간을 가느라 밥 먹을 시간이 지나긴 했다. 젊디젊은 그의 영정 앞에 침통한 마음을 간신히 누르며 조문하고, 옆 마당에 처져 있는 차일을 거두며 들어가 탁자 앞에 앉았다. 매캐한 연기와 함께 무리무리 상객들의 소리가 왁자지껄하게 들려왔다. 아직 그와의 추억이 생생한데 그가 저승길로 떠나는 밥을 먹으려 하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 상의 밥이 들어왔다. 급히 퍼 온 듯이 밥그릇에 눌러 푼 주걱 자국이 선명한 밥을 먹기 시작했다. 활활 타는 장작으로 익혀 나온 불맛 나는 밥은 입에 착 감기었고, 시골집에서 기른 콩나물무침과 알맞게 익은 초 고추는 기가 막히게 맛이 좋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데 이렇게 맛이 있을 수 있나' 하며, 밥맛을 제어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상복을 입은 여섯 살 아들은 아비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한 채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는 정황과, 생전의 그와의 정리(情理)를 생각해서라도 절대 맛이 있어서는 안 되는 밥이었다. 속으로는 애끓는 울음을 울며 먹었던 밥, 잊혀 지지 않는 원망스러운 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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