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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박재진 충북지방경찰청장

  • 웹출고시간2017.07.11 20:49:20
  • 최종수정2017.07.12 10:21:03
[충북일보] 충북도내 경찰은 3천400명의 대규모 조직이다. 이들은 160만 도민 안전 일선에서 묵묵히 궂은일을 도맡고 있다. 이들을 이끄는 충북지방경찰청장의 몫은 절대 적지 않다.

그런 충북경찰을 이끄는 박재진(55·치안감·사진) 충북지방경찰청장.

그는 탄핵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지난해 9월23일 취임해 현재까지 도민 치안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박 청장이 취임 당시 충북의 체감안전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취임 초기였던 2016년 11월 범죄 유형별 체감안전도 점수는 폭력 76.6점, 강도·절도 73.5점, 성폭력 74.5점, 교통사고 63.3점이었다.

그러나 취임 6개월차를 맞던 지난 5월에는 폭력 85.3점, 강도·절도 85.6점, 성폭력 84.5점, 교통사고 75.3점으로 훌쩍 높아졌다.

박 청장은 "점수가 높다고 치안이 나아졌다고 볼 순 없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렇지만 도민 개개인이 실제로 안전하다고 느끼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임 당시 4대 혁신을 강조했는데 어디까지 진행됐나.

"취임사에서 말했던 4대 혁신은 개인과 조직의 역할 혁신, 일하는 방식의 혁신, 리더·구성원 역량 혁신, 소통방식 혁신이다. 편의상 나누어 놓은 것이지 결국 통하는 길은 하나다. 취임 당시 강조했던 혁신은 상급자가 하급자를 시키고 하급자는 상급자의 말을 수행하는 위주가 아니라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경찰이 봉사해야 하는 대상은 국민이고 주민들이다.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외면받는 경찰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다. 하급자부터 상급자까지 살아있는 조직이 돼야 신뢰받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되기 위해선 상·하급자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간혹 보면 경찰관들끼리의 관계가 소홀하고 괴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소통의 부재인 셈이다. 상급자 중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회식을 하거나 동호회 활동을 하는데 이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일상생활 속에서 불통이 이어졌는데 한 번에 해소되겠나. 평상시 소통을 많이 하는 것이 제일 좋다. 항상 직원들에게 대화를 나누면서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고 강조한다. 이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혁신인 셈이다. 자평하자면 이제 겨우 이해하고 실행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청장님이 부임하시고 인사 시스템이 바뀌었는데.

"최근 지방청 과장급 인사 때 1·2부 부장들이 추천했다. 홍보담당관과 청문감사담당관, 일선 경찰서장은 청장한테 추천권이 있어 직접 추천했다. 목적은 인사 권한이 있는 직급에 권한을 주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청장에게 일선 경찰서에 소속된 순경에 대한 인사 청탁을 하면 청장에게는 인사 권한이 없는 것이다. 그 순경에 대한 것은 소속된 경찰서 팀장이나 가고자하는 곳의 팀장들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 올해부터는 승진 인사 기준도 새로 개편했다. 그동안 상급자가 중심이 돼 승진을 진행했지만, 이제는 직하급자 위주의 승진 인사를 진행키로 했다. 설명하자면 승진 대상자가 직하급자의 성장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가 70%, 나머지 30%는 하급자를 어떻게 육성·발전시킬 것인가를 시험하는 능력이다. 그렇게 되면 승진대상자는 위보다는 아래를 보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자연스럽게 소통혁신도 이뤄질 것이다. 전보인사의 경우도 '드래프트제'를 도입해 가고자 하는 사람이 먼저 신청하고 그곳의 상사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런 인사혁신을 통해 유기적인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설명하는 박 청장의 표정은 확고한 신념이 묻어 있었다.
박 청장은 경찰대학교 1기 출신으로 당시 224대 1의 경쟁을 뚫고 경찰조직에 입문했다.

그는 "부친이 교사로 재직하셨는데 경찰대학교가 처음 만들어질 때 학교를 위주로 홍보를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 부친이 추천을 해주셨다. 육군사관학교에 가서 군인을 하느냐 경찰대를 가서 경찰을 하느냐의 갈림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렸지만, 이미 체계가 잡힌 군인보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사회문제를 다루는 경찰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해 경찰대 입학을 결심했다. 막상 들어오고 나니 경찰조직을 발전시키는 데 전념하게 되더라"라며 웃으며 말했다.

박 청장의 경찰 인생에 고비도 있었다.

경찰대학교 재학 시절 평행봉을 하다 추락해 목이 부러진 것이다.

부상 부위가 모든 신경이 밀집된 목이었기 때문에 박 청장은 경찰의 길을 걸어보지도 못한 채 주저앉을 위기에 처했다.

박 청장은 "날짜를 아직도 기억한다. 7월 11일이었다. 목이 거의 90도가량 꺾일 정도로 심하게 부러졌다. 평생 장애를 얻거나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경찰이 되는 것이 운명이었을까. 그는 심각한 부상이었음에도 건강히 회복할 수 있었다.

그는 "몸에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자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나를 살려주는 것에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 경찰에 있을 수 있도록 몸에 문제가 없다는 것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며 "두 번째 사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부끄러움 없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그때 마음속에 간직한 신념이 경찰 생활하는데 큰 밑거름이 됐고, 지금까지도 가슴에 새겨두고 있다"고 했다.
박 청장은 경찰을 꿈꾸는 준비생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최근 경찰을 준비하는 공무원 준비생들이 많아졌다. 우수한 인재가 공직사회에 입문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너무 많이 몰리다 보니 사회 전반적으로는 인재가 부족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수한 인재가 먹고 사는 수단을 위해 공직사회에 입문해 국민이 부여한 권력까지 쥐게 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먼저 경찰이 왜 되려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안정적이고 돈을 벌 수 있어 경찰에 오려거든 다시 고려해야 한다. 경찰관으로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갖고 접근해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청장은 마지막으로 "경찰은 도민들의 안전을 지켜내고 도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능력과 역량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기대에 다 미치지 못하고 다소 속도가 느리다고 느껴지시더라도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과 함께 노력해 나아간다면 틀림없이 모두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경찰도 늘 최선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강준식기자 good1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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