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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임근자 충북지방조달청장

  • 웹출고시간2018.04.02 18:28:24
  • 최종수정2018.04.02 18:28:24
[충북일보] 우리 사회는 아직 여성들에게 관대하지 못하다. 직장 내에서도 여전히 '유리벽'은 존재한다. 국가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면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여성들의 삶은 어쩌면 '혁명적 인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충북 진천 출신의 임근자 충북지방조달청장. 그를 만나 40년 공직생활의 궤적을 들여다보았다. 인터뷰 내내 웃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도 아직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1979년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체신부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제가 공무원이 되기를 바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공무원 시험에 응시해 만 19세에 임용됐다. 첫 발령지인 충북지방조달청에서 16년간 근무한 후 대전지방조달청을 거쳐 본청으로 갔다. 본청에서 사무관 승진 전(2004년)까지 근무한 뒤 2005년 충북청에서 1년간 관리과장을 맡았다. 본청으로 다시 돌아간 후 여성 최초로 감사담당관실에서 사무관으로 3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고객지원팀, 구매총괄과, 국유재산기획조사과장 등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업무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다. 승진 때만 열심히 일하지 않고 항상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갖고 있는 업무에 대한 열정은 변함이 없다."
 
◇주요 경력을 살펴보면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가 많았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나.
 
"지금까지 맡은 업무 중 구매사업국 구매총괄과 업무가 가장 힘들었다. 고객지원팀에서 2년 정도 근무 후 구매사업국으로 발령이 났다. 직접 구매총괄과장을 만나 구매총괄과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장은 '구매총괄과는 남자들도 가장 힘들어하는 업무'라고 말했지만, '나는 자신 있다'고 답했다. '여자로서 남자와 다른 강점이 있으니 믿고 맡겨 달라'고 했다. 결국 구매총괄과에서 2년간 근무했다. 업무상 주로 접하는 보훈복지단체와 끊임없이 소통했다. 공정한 업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한 점을 인정받은 것 같다. 지금도 국가보훈처에서 저의 안부를 묻는다고 듣고 있다."
 
◇공직생활 동안 주경야독을 통해 다양한 학위를 취득했다.
 
"시간이 많아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통제함으로써 적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감사담당관실에 근무하면서 고려대 대학원 야간반을 다녔다. 석사학위를 받은 후 또 다른 배움을 위해 박사과정에 도전했다. 고려대 석사과정 중 외국어 하나 정도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3년간 새벽 5시부터 4시간씩 일본어 학원을 다녔다. 사실 꿈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어를 배웠다. 과거에는 3년간 일본에 조달관으로 파견을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일본어를 공부했다. JLPT(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취득한 후 6개월 정도 일본 단기유학을 다녀왔다. 현재는 여행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일본어를 구사한다."
 
◇40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소회는.
 
"외부환경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꼈다. 당시에는 논밭 가운데 충북지방조달청 건물만 있었지만, 현재는 청사 주변으로 아파트와 높은 건물이 들어섰다. 내적인 부분에서의 변화도 크다. 우선 권위주의가 사라졌고, 수평적인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변화를 기존에도 느꼈지만 이곳에 와서 더욱 실감했다. 고향에 대한 애틋함이 더욱 커졌다. 고향에 돌아오니 많은 분들이 반겨주셨다. 그만큼 제 역할이 중요하고, 많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임근자(왼쪽) 충북지방조달청장이 본보 김동민 편집국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 김태훈기자
◇조달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충북경제 활성화를 위한 앞으로의 역할은.
 
"일반인들에게 조달청은 생소한 기관이지만 기업 및 공공기관과는 뗄 수가 없는 사이다. 조달청이 지역경제 및 공적 부분에 많은 기여를 한다고 생각한다. 조달청에서는 '우수조달물품 지정 제도'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이지만 충북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것 같다. 우수제품 업체의 확대를 올해 가장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더불어 지역의 목소리를 듣고,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조달계약은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이 이원화돼 있다.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을 중심으로 이야기 하지만 조달청은 국가기관과 지방기관의 중간 입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본청에서는 전체적인 시각으로 일을 하지만 지방청장으로 왔기 때문에 지방기관에 더 많은 관심을 갖으려 한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역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 유연성을 발휘하겠다. 또한 충북청의 업무현황을 살펴보니 공기업과 지방공기업에 대한 조달청 실적이 공기업 19%, 지방공기업 29.9%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따라서 4월 초부터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조달청과 협업 대상인 지역 경제계에 하시고 싶은 얘기는.
 
"상호간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달청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돕겠다. 필요한 업무 개선을 본청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 본청에 근무할 때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방에 온 뒤 많은 분들을 만나 보니 모두가 원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수익창출과 경제 활성화였다. 앞으로 관련기관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성과 장애인 등 경제적 약자를 위한 복안은.
 
"여성, 장애인,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 조달청도 역점을 두고 있다. 여성 기업을 대상으로 가점부여, 수의계약 범위 확대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내 사회·경제적 약자를 세심하게 살피겠다."
 
◇활기찬 직장문화 조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안다.
 
"조달청은 내부 소통창구인 '조달통'을 만들었다. 모든 직원들이 익명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 모든 소리를 듣는 것이 소통이다. 또한 소통을 외부로 확대시키기 위해 최근 '나라장터 조달통'을 개설했다. 수요기관과 조달업체도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소통이 업무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조달청의 업무 발전이 결국 기업체나 수요기관의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충북출신 박춘섭 조달청장을 소개한다면.
 
"박춘섭 청장은 소통을 가장 강조한다. 소통을 통해 모든 목소리를 듣고 업무를 개선하려 한다. 내부 뿐 아니라 외부업체와 수요기관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경제부처에서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경제 분야에 매우 해박하다. 조달청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박 청장님과 함께 저 역시 충북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하겠다. 지역 사회 구성원들과 많이 만나 얘기를 듣고 수렴된 의견이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 대담=김동민 편집국장·정리=신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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