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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5.08 17:15:04
  • 최종수정2023.05.08 17:15:04

이찬재

충주향교 전교·시조시인

올해는 봄꽃이 일찍 피었다. 봄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축제일을 맞추지 못하여 화사한 봄 축제가 아닌 썰렁한 봄 축제가 되고 말았다. 자연의 변화를 예측하기 힘 들었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일상을 헝클여 놓은 4월이었다.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시(詩) "소군원(昭君怨)"에서 유래된 "春來春不似春(춘래춘불사춘)" "봄은 왔는데 봄 같지 않다"라는 구절이 올 봄에 딱 맞는 것 같다. 계절은 봄인데 봄을 못 느끼는 자연현상이 야속하기만 한다. 주말을 끼고 벚꽃이 만개(滿開)하였지만 바로 봄비가 바람을 동반하여 내리는 바람에 꽃비가 되어 떨어지고 말았다. 누군가 말했듯이 올해 4월은 자연으로부터 잔인(殘忍)함을 느낄 수 있었던 해였다. 이러한 이상 기후는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자연을 마구 파괴하며 배출가스를 너무 많이 내보내어 말 못하는 자연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탄소(炭素)중립을 위해 전 세계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러다간 지구촌에서 인간이 살아가기 힘든 상태가 다가오고 있는 것아 불안하다. 이런 현상은 인간이 편리하게 살아가며 발생시키는 탄소배출과 에너지 사용에 무감각해진데도 원인이 크다고 생각한다. 지구의 허파역할을 하는 숲이 봄철 산불로 인하여 영동지방에는 축구장 530개 넓이의 숲이 잿더미가 되었다니 아연실색(啞然失色)할 수밖에 없다. 영서지역에서 발생한 상층의 따뜻한 공기와 하층의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어 동쪽 급경사면을 타고 영동지역으로 빠르게 내려오는 바람을 '양간지풍(襄杆之風)'또는'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고 한다. 남서풍의 건조한 바람이 국지적으로 강한 돌풍(突風)으로 변하여 대형 산불을 일으켜 민가까지 잿더미로 만들어 이재민에게 한숨만 안겨주었다. 기온도 일교차가 너무 심하여 감기환자가 증가하였다. 자연의 혜택을 입으며 살아가는 인간과 동물들은 천기(天氣)라 할 수 있는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지기(地氣)라 할 수 있는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과 과일 채소 곡식의 양분을 섭취하며 살아가는데 모두가 오염(汚染)되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 모두가 자연을 마구개발하고 파괴한 인간들이 자연에게 보복(報復)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세계의 정세를 살펴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년이 넘게 전쟁을 하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자고나면 대륙 간 ICBM을 쏘아 올리며 도발을 일삼고 있고 중국이 대만을 위협하면서 태평양에서는 한미일 연합훈련이 진행되고 있어 동아시아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어 불안하기만 하다. 국내 정치상황은 대형사건이 국민을 짜증나도록 불안하게 하고 있어 뉴스보기가 답답한 지경이 4월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거기다 각종사건 사고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 좋은 머리를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기(詐欺)사건이 OECD국가 중 가장 많이 증가하고 있다는 부끄러운 나라가 되고 말았다. 4월을 보내며 마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도 법치(法治)보다는 덕치(德治)로 나라를 다스렸던 시대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가정이 제 역할을 못하고 어려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인성교육이 되지 않아 우리 사회 어느 한 구석이 정상이 아니다. 물질이 풍요해지고 조금 살만한데 인정(人情)은 사라지고 개인주의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출산율은 최저수준이고, 자연은 병들어가고 사회는 혼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너무 빠른 문명의 발달이 인간성을 갈라놓고 있다. 가족의 정을 느끼며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게 인륜도덕이 살아나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행복한 삶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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