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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충주향교 전교·시조시인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에게 "만약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이주(移住)하게 된다면 오직 한 가지 뭘 가지고 가겠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서슴지 않고 대답한 말이 "오직 한 가지, 한국의 가족제도를 가지고 가겠다."란 내용은 한국인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가족제도가 문명의 발달과 함께 호주(戶主)제 폐지를 기점(起點)으로 허물어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서양문명이 서세동점(西勢東漸)하여 우리의 고유문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가족공동체가 무너지면서 효(孝)문화가 사라지고 있고 밥상 머리교육이 평생의 바탕이 되는 인성(人性)이 형성되었는데 사람의 본성을 잃고 존속살인까지 하는 금수(禽獸)와 같은 극한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집단이나 조직에 소속되어 살아가는 가장 핵이 되는 집단이 가족입니다. 민족고유의 명절이 되면 한복을 입고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고 차례를 올리며 명절음식을 만들어 먹고 전통 민속놀이를 즐기는 미풍양속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것을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지고 맙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은 따뜻한 정을 나누며 함께하는 가족을 가까이하지 않고 교류가 점점 소원(疏遠)해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우리 조상은 가족관계를 숫자로 나타낸 촌수(寸數)를 만들어 사용하는데 이를 자라는 세대에게 가르치지 않아 잘 모르고 사용을 안 합니다. 가족의 핵심은 호주중심이었는데 어느 정부 때 전국의 유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호주제를 폐지하여 가족이 와해(瓦解)되었습니다. 아놀드 토인비가 땅을 치고 통탄(痛嘆)할 일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민족고유의 혼이 담긴 인륜도덕은 지켜야합니다.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을 가정(家庭)이라 합니다. 전통가정은 안방이 사랑방이 있어서 가장(家長)의 권위가 있었습니다. 벌과 개미도 여왕이 있어서 가족집단을 다스립니다. 가족이란 핵심집단이 건강하고 화합할 때 그 사회도 건강한 사회가 되고 건강한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가족이 허물어지면 세포가 병들게 되어 건강한 가정으로 역할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결혼을하지 않는 젊은이가 너무 많습니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고 둘만 즐기겠다며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는 것이 가족제도의 붕괴가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결혼연령도 늦어지고 집을 사고 차도사고 모든 것을 갖춘 다음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겠다고 하니 말이 됩니까?

부모 조부세대는 셋방살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웠습니다. 가정을 꾸리고 한 푼 두 푼 저축을 하며 살림을 늘려가는 재미로 신혼살림을 하며 아이들 자라는 모습을 보며 부모님에게 효도를 했습니다. 부모 곁을 벗어나 직장 다니며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미혼여성도 늘고 있고 부모님만 바라보며 쉰이 너머도 혼자 사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직장 때문에 비록 떨어져 살아도 부모님과 교류를 자주하며 낳아서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젊은이가 줄어드는 것도 가족제도의 몰락에서 잘못된 개인 이기주의입니다. 가족의 정을 느끼며 사람답게 살았던 우리 전통가족제도를 되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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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날 특집 인터뷰 - 윤희근 경찰청장

[충북일보] 충북 청주 출신 윤희근 23대 경찰청장은 신비스러운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 이전만 해도 여러 간부 경찰 중 한명에 불과했다.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총경)실에서 만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게 불과 5년 전 일이다. 이제는 내년 4월 총선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취임 1년을 맞았다. 더욱이 21일이 경찰의 날이다. 소회는. "경찰청장으로서 두 번째 맞는 경찰의 날인데, 작년과 달리 지난 1년간 많은 일이 있었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그간 국민체감약속 1·2호로 '악성사기', '마약범죄' 척결을 천명하여 국민을 근심케 했던 범죄를 신속히 해결하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같은 관행적 불법행위에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으로 법질서를 확립하는 등 각 분야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만들어졌다. 내부적으로는 △공안직 수준 기본급 △복수직급제 등 숙원과제를 해결하며 여느 선진국과 같이 경찰 업무의 특수성과 가치를 인정받는 전환점을 만들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다만 이태원 참사, 흉기난동 등 국민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안타까운 사건들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게 된 일흔여덟 번째 경찰의 날인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