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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잔재 지우는 충북

기념물 철거하고 단죄문 설치
교육계 교가·교목 교체 나서
두발검사 등 관행 개선 주장도

  • 웹출고시간2019.05.26 19:14:55
  • 최종수정2019.05.26 19:14:55
[충북일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왜색문화와 일제 잔재를 제거하자는 운동이 충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지용(鄭芝溶·1902∼1950) 선생의 옥천 생가 앞에는 큰 돌다리 하나가 놓여 있다.

이 돌다리는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의 민족성을 말살하는 동시에 일제에 충성을 강요하는 내용의 맹세문이 적힌 '황국신민서사비'였다.

옥천군은 이를 알리기 위해 최근 자세한 설명이 담긴 표지석을 만들어 설치했다.

음성향교는 '유림독립항쟁파리장서 100주년 기념식'에서 향교 입구에 세워진 친일파 이해용의 공덕비를 철거했다.

이해용은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펴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보고서를 보면 친일파로 기록돼있다. 이완용과는 6촌 사이다.

기념물을 철거하는 대신 단죄문을 설치한 곳도 있다.

제천시 봉양읍과 백운면 경계 박달재 정상에는 '울고 넘는 박달재', '소양강 처녀',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노래로 유명한 반야월의 기념비가 있다.

1988년 11월 한 봉사단체가 건립했다.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 침략을 칭송하는 노래를 부른 과거를 문제 삼았다.

연구소는 2016년 3월 '가수 반야월의 일제하 협력 행위'라는 제목의 '단죄판(단죄문)'을 세웠다.

교육계도 일제 잔재를 지우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충북중앙도서관은 충북교육도서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985년부터 중앙도서관으로 불렸으나 '중앙'이란 지명이 일제 잔재 느낌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충북도교육청은 역사바로세우기 추진단을 조직, 일제 잔재 청산과 새로운 학교문화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친일 음악가 작사·작곡 교가 교체가 대표적이다. 도내 초·중·고 376개교를 조사한 결과 19개교가 친일 음악가들이 만든 노래를 교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교가는 친일 음악가로 꼽히는 현제명·김성태·김동진·이흥렬이 작곡에 참여하거나, 친독재 논란을 빚는 이은상이 작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단은 훈화·훈시, 공람 등 친일 용어도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제천 입석초등학교는 일제 잔재 철폐를 위해 교목을 향나무에서 소나무로 변경했다.

가이즈카 향나무는 일제강점기 식민정책의 하나로 각 학교에 식재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 학교는 교정에 있던 가이즈카 향나무 10여 그루를 제거하고 대신 소나무를 심었다.

진천여자중학교도 지난 식목행사를 통해 학교나무로 지정됐던 향나무를 교목에서 해제했다. 대신 교화인 목련을 학생들이 직접 심었다.

일각에서는 학교 문화와 용어에 남아 있는 일제의 잔재까지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교에서 아직도 쓰이고 있는 '주번', '치사' 등 일본말을 우리말로 바로잡고, 일제의 억압적 통제가 녹아있는 '애국 조회', '두발 검사', '복장 검사' 등의 관행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등 교원 단체들은 '유치원' 명칭이 일제 잔재 용어라며 '유아학교'로 바꿔달라고 정부에 관련 법 개정 건의서를 낸 상태다.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민간뿐 아니라 지자체도 일제 잔재 청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모든 기관이 힘을 모아야 일제 잔재가 뿌리뽑힐 수 있다"고 말했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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