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KTX 세종역 신설과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전국 곳곳에서 '중복 투자' 논란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은 1단계 서울~안성 간 71㎞와 2단계 안성~세종 간 58㎞ 등이다.
1단계 서울~안성 구간은 오는 2016년 말 착공해 2022년 개통하고, 2단계인 안성~세종 구간은 오는 2020년 착공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1단계인 서울~안성 구간의 노선은 대부분 확정된 반면, 민자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인 2단계 안성~세종 구간 노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국토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단계 예상 노선도를 보면 안성~천안을 거친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서세종지역을 종착지로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세종시와 오송읍을 연결하는 6.4㎞의 지선이 동서 5축 옥산~오창 민자고속도로를 통해 경부·중부까지 이어지도록 구상하고 있는 상태다.
국토부의 구상을 보면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종착지는 세종시 서쪽 끝자락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13 총선에서 무소속 이해찬(세종시) 의원의 KTX 세종역 공약도 지역 내 갈등의 부추기고 있다.
앞서, KTX 경부선은 서울역~광명역~천안·아산역~오송역~대전역으로 이어진다. 또한 KTX 호남선은 용산~광명~천안·아산~오송~공주역 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TX 세종역이 신설되면 KTX 호남선 오송분기역과 공주역 사이에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인근 오송역과 공주역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현재 KTX 운행체계는 경부·호남선을 가리지 않고, 1개 역을 건너 뛰는 방식으로 정차가 이뤄지고 있다. 경부선의 경우 서울역에서 출발한 KTX가 광명역에 정차하면 천안·아산역을 건너 뛰고 광명역에 정차하지 않으면 천안·아산 정차 후 곧바로 오송역에 연결된다.
이를 감안할 때 호남선에 KTX 세종역이 신설되면 인근 오송역과 공주역은 정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역 간 거리가 너무 짧아 최대 시속 300㎞에 달하는 KTX 속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KTX 호남선이 광명 또는 천안·아산역에 정차한 뒤 오송을 지나쳐 세종역에 정차하고, 이후 공주역도 건너 뛰는 운행체계 도입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오송~공주역으로 연결되는 KTX 호남선 내 세종역과 서울~세종고속도로 종착지 모두를 서세종권에 몰리면서 복합환승센터를 갖춘 역세권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서울~세종고속도로가 서세종을 종착지로 하면 주변의 경부·중부는 물론 대전~통영, 청주~상주 고속도로와도 연결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 2006~2008년 논의된 제2경부고속도로는 서울에서 출발한 뒤 경부고속도로와 청원~상주 고속도로 갈라지는 남이 JCT를 연결하도록 했다.
이 계획이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무산된 뒤 최근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 갈등을 불러온 셈이다.
여의도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고속도로 종착지와 세종역을 서세종에 집중시키면 세종시 공무원들의 출·퇴근 문화만 늘어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인구 20만 도시에 KTX와 고속도로를 중복 건설했다는 비난도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 / 김동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