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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에세이스트

볕 좋고 땅 바른 곳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노년을 사는 일이 이 시대 중년들의 로망일 것이다. 내 주변의 대다수는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어 하며, 언젠가는 번잡한 도시를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자그마한 텃밭에 각종 채소며 꽃들도 심고 사시사철 자연을 느끼며 살고자하는 마음, 나도 그랬다.

5년쯤 되었다. 도심을 벗어난 시골마을을 시간 날 때마다 돌아다녔다. 내 맘에 드는 땅이나 집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아늑하고 풍광이 수려하여 마음에 드는 곳마다 수많은 묘지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나라 산하가 이렇게 분묘가 많은지를 그때서야 알았다. 집보다 묘지가 더 많은 우리나라 장례문화의 심각성은 언젠가 공론화되어야 할 것이다.

요즘은 도심 외곽을 다닐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햇볕이 잘 들고 조망이 약간만 좋아도 울창한 나무가 잘려나가고 산은 벌거숭이가 되어있었다. 마을 뒷산과 앞산이 중장비로 마구 파헤쳐진 산야를 볼 때마다 내가 죄지은 사람마냥 얼굴이 붉어졌다.

'이건 아닐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그때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가 자연을 보듬고 즐기며 살기위해 내 손으로 자연을 마구 상처내고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마땅히 내 후손들이 누려야할 산하를 꼭 내가 강탈해가는 것만 같았다.

바로 그즈음 내 관심을 끈 것은 도쿄대 졸업생인 다카무라 도모야가 쓴 '작은 집을 권하다'란 책이었다. 집이라는 것이 원래 행복을 위한 것인데도 집에 얽매여 인생을 낭비하며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될 만한 내용이었다.

물건을 소유하기보다 가급적 단순한 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 집세나 유지비가 많이 들지 않은 주거 공간에서 자유롭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 큰 집을 지어 환경에 부담 주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 새로운 생활의 계기를 갖고 싶은 사람, 큰 집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일에 돈과 시간을 쓰고 싶은 사람, 조용히 책을 읽고 사색할 공간을 갖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는 책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저자는 도심에서 오토바이로 반나절 정도 떨어진 잡목림에 3평 남짓 되는 집을 짓고 살고 있다. 턱없이 좁은 공간으로 여겨지지만 부엌, 화장실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공간은 다 있다. 집은 땅값까지 모두 10만 엔이 들었으며 전기와 물도 스스로 해결하니 생활비는 월 2만 엔 수준에 불과하다.

작은집 짓기, 이 스몰하우스 운동은 미국에서도 '시민 불복종운동'처럼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사글세에서 전세, 작은 평형에서 큰 평형 아파트로 옮겨 살아가는 것을 당연시 해왔던 우리에겐 아직 스몰하우스가 생경할 수 있다. 하지만 속도나 소유경쟁에서 지쳐가면서도 왜 아직까지 큰집만 완강하게 고수하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볼 시점이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의미 있는 장소를 더 많이 가진다는 것이고, 가장 의미 있는 장소는 우리의 사연과 추억을 간직한 집이 되어야 한다. 집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체취로 만들어진다고 할 때 집이 짐이 되거나 고역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미국의 자연주의자 소로도 지금 돈 100만원으로 월든 호숫가에 4.2평의 집을 짓고 살았었다.

'작은 집을 권하다'는 제목처럼 작은 책이다. 이 책만큼은 모두에게 작은 마음으로라도 꼭 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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