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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에세이스트

미루나무 나뭇잎이 잔잔한 바람에도 살랑거리면 나도 덩달아 설렜다. 붉은 노을이 물들어가는 구룡산 아래 둑방길을 혼자 거닐곤 했다. 해거름이 늘어질 때면 내 걸음도 길어졌다.

여름날의 저녁은 뱀 꼬리마냥 가늘고 길어서 시간이 흘러도 좀체 어두워지지 않았다. 여름 햇살의 후끈한 기운이 빠져나간 산 아래 들판은 여리고 선량한 바람이 흘러 다녔다.

산 아래 축사에서 여물을 씹던 소들은 더 선량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음매하고 긴 울음을 이어갔다. 들길을 지나 방죽에 다다르면 짝을 부르는 맹꽁이와 두꺼비들의 노골적이고 달뜬 유혹의 노래가 가득히 넘쳐났다.

그때 저 멀리로 보이는 도시의 차량들은 위협적인 전조등을 비추며 지나갔고, 높은 창가에서 뿌리는 아파트의 불빛은 도도하게 빛났다. 나 또한 논둑을 거슬러 그 불빛으로 스며들어가면서 힐끔힐끔 방죽이며 허허로운 들판, 살랑거리는 미루나무를 자꾸만 뒤돌아보았다.

이제 얼마 후면 이 수묵화 같은 한적한 마을은 불도저며 중장비로 갈아엎어지고 불야성의 번잡한 도시로 바뀐다는 생각에 난 오랜 친구와 기약 없이 헤어지듯이 몹시도 허전하였다.

그렇게 택지개발이 시작되었다. 택지개발의 위력은 대단했다.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마을의 흔적은 야금야금 사라져갔다. 갑자기 공사가 중단되었다. 방죽 가장자리에 천막이 세워졌고 현수막이 내걸렸다. 머리띠를 두른 환경단체회원들과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원흥이 방죽에서 변태를 마친 새끼 두꺼비 수만 마리가 산란지를 떠나 구룡산 서식지로 이동하는 모습이 TV화면에 비쳤다. 수만 마리 두꺼비들의 행렬은 장관이었다. 서로 뒤엉켜 안간힘을 다해 산으로 기어오르던 두꺼비들의 생명력 넘치는 모습에 내 가슴이 뭉클해졌다.

수많은 시민들이 매일 단식농성을 하고 삼보일배를 하고 밤마다 촛불 시위를 했다. 나도 원흥이방죽 보전을 위한 서명에 동참했다. 그렇게 하여 남겨진 방죽이기에 청주시민 모두에게 두꺼비의 의미는 남달랐다.

난 그 즈음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했고, 수만 마리의 두꺼비 행렬이 불러온 벅찬 감동을 마지막으로 13~4년이 지났다. 이른바 산남동마을 산책의 추억들이 가물거릴 만큼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그 방죽을 산책하며 듣던 맹꽁이와 두꺼비의 울음소리를 최근에 다시 듣게 되었다. 출근 후 아무도 없는 무음의 사무실 창문을 여는 순간 와락 달려들던 두꺼비와 맹꽁이의 울음소리, 그 소리는 잊었던 오랜 친구의 목소리처럼 정겨웠다. 지난 4월에 이사한 회사사옥 바로 옆에 두꺼비 생태길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난 시간이 날 때마다 생태길을 기웃거리며 두꺼비와 맹꽁이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했다. 하지만 그건 애당초 무리임이 금방 밝혀졌다. 사람 위주의 생태길, 어른 키 두 배나 되는 옹벽은 사람조차 범접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건 두꺼비의 생존환경이 되기에는 아무리 봐도 어려울 듯 했다.

도로와 고층 아파트, 높은 옹벽으로 갇힌 물웅덩이 속에서 두꺼비는 더 이상 알을 낳지 않는다고 했다. 산란과 생존의 위기에 닥친 두꺼비들의 개체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도 했다.

이제 두꺼비들에게 '헌집 줄께 새집 달라'고 꼬드긴 이기적인 우리인간이 제대로 책임져야 할 때가 되었다. 도대체 두꺼비가 돌아갈 헌집이나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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