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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2.18 17:23:36
  • 최종수정2018.12.18 17:23:36

장정환

에세이스트

 글 제목을 정하기 위해 '밥을 먹는 동안에'와 '밥을 먹는 동안은'의 두 문장을 두고 출근시간 내내 망설였다. 소설가 김훈이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라는 '칼의 노래' 첫 문장을 쓸 때, 주격조사를 '은'으로 할지 '이'로 할지 오랫동안 고심했듯이 나도 그랬다.

 조사 하나에 따라 문장이 완전히 달라지듯이, 조사하나에 삶이 갇혀버리기도 하고 활짝 열리기도 한다. 단 하나의 조사나 어미(語尾)로 삶을 대하는 관점이나 살아가는 태도가 바뀌기도 한다.

 지난 3개월간 밥집을 하면서 내가 얻은 것이 있다면 밥을 먹는 동안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생의 진면목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시간은 불과 10분에서 30분 남짓이지만 한 사람의 삶을 일별할 수 있는 긴 시간이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 공간이 '푸드 포르노'로 가득 채워지는 시대이다. 섹스 대신 음식이 욕망의 대상이 되는 세상, 음식이 페티시즘의 대상으로까지 확장돼 먹방이 아니면 방송국 운영을 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밥 한 끼가 생존의 절대조건이다.

 "움푹해라 내 욕망은 밥숟갈을 닮았다."라는 시구절도 있듯이 비어있는 밥그릇은 밥에 대한 절망이다. 그러니 삶을 말할 때 밥만큼 절박하고 사실적인 비유가 없을 듯하다. 게다가 세상살이를 돌아보면 죄다 밥벌이 문제이고 밥그릇싸움에 다름 아니다.

 사람의 얼굴이 천태만상이듯이 밥을 대하는 태도도 천차만별이다. 그 차이는 삶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엿보게 했고 사람 됨됨이까지 알 수 있는 가늠자가 되기에 충분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수많은 '타자'와 만나는 행위이기도 하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은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몸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배출하는 과정이지만, 밖의 다른 것이 내 몸의 일부가 돼 내 정체성을 만들고 세상과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음식이 되는 세상의 모든 재료, 가령 쌀과 콩과 배추와 미나리와 고등어와 돼지까지도 깊이 되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누군가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 것은 삶의 어떤 행위보다도 더 철학적인 실천일 것이다.

 밥을 대하는 다양한 사람 중에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 '편의점 인간'만큼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인물도 드물다.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은 이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막강한 제도이다.

 주인공 게이코는 생존 그 이상의 사회참여를 거부하고 편의점에서 일하며 삼시 세끼를 거의 편의점 음식만으로 때우는 사람이다. 그녀에게 음식은 단지 생존을 위한 '먹이'일 뿐이다.

 반면에 헤밍웨이 같은 미식가이자 탐식가도 있다. '굴의 강한 바다맛과 금속성 맛이 차가운 백포도주에 씻기고…' 등의 문장을 접하다 보면 그가 음식을 얼마나 관능적이고 탐욕적으로 받아들이는지 글을 읽는 중에도 침이 꼴깍 넘어갈 지경이다. 헤밍웨이에게 음식의 탐닉은 그가 생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또 다른 미학인 셈이다.

 밥알처럼 많은 사람들이 아침밥 먹고 점심밥 먹고 저녁밥을 먹는다. 매일의 시작이 밥이고 마지막도 밥이다.

 어떤 밥일지는 내가 밥을 먹는 동안에 만들어진다. 따뜻한 밥, 고소한 밥이 있지만 성실한 밥, 정직한 밥, 예쁜 밥도 있다. 고마운 밥이 있는가하면 사랑스런 밥이 있고, 눈물담긴 밥도 있다.

 내가 밥을 먹는 동안은 내가 그 밥을 남과 나누는 시간이며 타자와 함께 만나는 순간이다. 채우고 비우고 또 채우는 둥근 밥그릇처럼 세상은 그렇게 둥글둥글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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