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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오송역세권 애물단지 전락 - 대안은 없는 것인가?

황희연 교수 등 전문가 10여명 인터뷰
민·관특위 구성해 토지주 참여 유도
국회의원 당적 떠나 정치력 결집 필요

  • 웹출고시간2013.04.04 19:55:3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오송 역세권 주변 전경.

총체적 난국에 처한 오송역세권 개발사업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본보는 오송역세권 개발사업과 관련된 해법을 찾기 위해 10여 명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한결 같이 '실명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만큼 예민한 문제라는 반증이다.

10여 명의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조성원가 및 분양원가를 잘못 계산하고, 10년 간 허송세월로 일관한 충북도 행정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국내 유일의 경부·호남 KTX 분기역인 오송역 주변 개발을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주 참여 '민간특위' 구성

전문가 중 유일하게 실명 인터뷰를 허락한 황희연 충북대 교수(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은 "역세권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오송 1·2산단과 역세권을 동시에 개발하는 컨셉이 순차적 개발로 변경되면서 예견됐다"며 "특히 충북도의 투자유치 실적을 들여다 보면 협약(MOU)만 있을 뿐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없었던 것도 심각한 문제였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공영개발 전환도 사업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며 "전면 매수방식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구획정리(환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주들도 직접 개발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역세권 개발의 필수조건은 토지주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주민과 전문가, 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간특위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충북개발공사의 한 관계자는 "역세권 중심부 지주가 1천여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평균 660㎡(200평)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며 "어떤 필지는 100평 남짓 토지에 소유주가 3명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보율 등을 따져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땅을 돌려주는 환지 방식에 동의할 지주가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분양원가 낮춰라

도내에 땅 매입부터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부동산 개발업체인 디벨로퍼(Developer) 개념을 정착시킨 모 건설사 대표 A씨는 "오송역세권 개발사업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송은 이미 수도권 거주 투자자 대부분이 땅값만 높고 분양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린 지역이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지주들도 보상비를 착공과 분양 후로 나눠 분할수령하는 등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역세권 분양가는 인근 세종시와 청주 TP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에 맞춰야 한다"며 "세종시 안팎에서 분양되는 산업단지의 3.3㎡당 가격이 100만 원 내·외인 상황에서 역세권 조성원가가 297만 원(분양가 400만원 육박)에 달하는 것은 백기(白旗)를 들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디벨로퍼 대표 B씨도 "충북도 등 지자체가 지나치게 높아진 땅값의 원인으로 지주(地主)들의 책임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지자체가 해마다 공시지가를 올리면서 세금을 거두고, 확정되지도 않은 MOU 등을 뻥튀기하면서 땅값을 올리는데 앞장선 것이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국회의원 앞장서라

충북도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역세권 개발사업의 투자가치, 즉 메리트(Merit)를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통합시청사(공무원 800명) 또는 통합구청사(200명) 등 지역 차원에서 솔선(率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어 전국 곳곳을 2시간 이내에 연결할 수 있는 교통인프라를 활용한 다중이용시설, 이를테면 국립암센터 오송분원, 첨복단지 내 임상시험센터에 국내·외 유명병원 참여 유도, 첨복 연구개발(R&D) 시설과 연계된 생산시설 등아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국내 바이오 및 메디컬 산업의 중심지가 오송이라는 점을 국내·외에 분명하게 확인시키주기 위해서다.

아직까지 미착공 상태로 남아 있는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의약·의료기기 등 업체가 조속히 입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호남고속철도 오송~광주 구간 개통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연계교통망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세종시 일변도의 국책기관 집적화가 오송·청주로 분산될 수 있도록 각종 공기업 충청지역본부 또는 중부권본부 등을 유치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사람이 몰려야 투자가 이뤄지고, 투자가 이뤄져야 개발이 가능하며, 개발이 진행돼야 통합 청주시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한 CEO는 "오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한다. 어려울 때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여야 당적을 떠나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끝>

/ 김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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