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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초나라 오자서는 비무기 모함으로 갑자기 아버지와 형을 잃고 만다. 오자서는 이를 복수하기 위해 오나라로 달아났다. 이 때, 오나라에서는 공자인 광이 왕위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자객을 보내어 왕을 살해한 다음 광을 왕위에 오르게 했다.

광은 왕위에 오르자 오왕 합려라고 칭하면서 오자서를 등용하여 모든 국사를 의논하였다. 바로 그 해 백비도 오자서와 같이 비무기 모함으로 할아버지가 초왕에 의해 죽음을 당하자 오나라로 도망쳐 왔다.

오왕은 오자서 부탁도 있고 또 가엾게 여겨 그에게 대부라는 벼슬을 주어 거두자 이때부터 오자서는 백비를 동정하여 뒤를 돌보아주었다. 그러자 오나라 대부 피리가 백비의 인물 됨됨에 의심을 품고 오자서에게 이렇게 물었다.

"귀공께서는 왜 백비를 신용합니까?"

그러자 오자서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초나라에 대한 내 원한은 백비가 품고 있는 것과 같소이다. 그런데 하상가(河上歌)를 들어 보셨나요? 그것은 동병상련(同病相憐 ; 같은 근심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를 가엾게 여긴다) 동우상구(同憂相求 ; 같은 근심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를 도와준다)라는 말이 있지요, 누구나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은 서로를 동정하고 똑같은 생각에서 서로 슬픔을 나누는 법이랍니다."

그 후, 오자서와 백비는 합려 왕을 도와 9년 동안 노력한 끝에 평왕 아들인 초나라 소왕을 쳐부수고 점령했다. 동병상련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봤다. 우리 속담에 "과부 설움은 과부가 알고 홀아비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아픔과 고통을 나누며 동병상련 마음으로 손잡아 주는 모습이 그리운 계절이 돌아왔다.

맹자는 인의예지에서 4단을 언급했다. 4단은 측은지심, 사양지심, 수오지심, 시비지심을 말한다. 이 중 측은지심은 측은한 마음으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이른다. 측은한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볼 줄 아는 것, 이는 인간이 가야할 길이다. 측은지심에서 동병상련 마음은 출발한다.

동병상련으로 측은지심을 가질 때 모든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위가 지속성을 가지고 나아가려면 마음에 측은지심 고갱이하나 흔들리지 않게 키워가야 할 것이다.

이 측은지심 고갱이가 마음바탕이 되고 마음바탕 근본이 선함으로 이어지길 손을 모아본다. 문득 남친이 여친 사진을 바탕화면에서 다른 사진으로 바꿔놓은 것을 계기로 헤어지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스치고 지나간다.

변심했기에 마음 바탕에서 상대방을 용감하게 삭제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마음에서 출발하여 상대방 모습을 PC로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바탕화면으로 설정해 놓고 늘 보고 다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마음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관심에서 무관심으로, 챙기던 마음에서 챙기지 않는 방치상태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바탕과 바탕화면은 중요하다. 관계망을 형성하여 신뢰를 쌓아가면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됨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겨울 문턱에서 동병상련과 측은지심이 깃들어 있는 바탕을 생각해봤다. 바탕을 생각하다보니 자운 스님이 혜총 스님에게 했다던 "꽃이 너를 사랑할 때까지 너는 꽃을 사랑하지 말라."는 말이 떠오른다. 의욕이 앞서 사랑한다고 쓰다듬고 안고 놓아주지 않는다면 이는 사랑이 아닐 것이다. 꽃이 자신을 사랑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살아가는 지혜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45㎝ 안에 들어와 측은지심 있는 선한 바탕으로, 바탕화면으로 남아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과 동병상련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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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충북 청주 출신 윤희근 23대 경찰청장은 신비스러운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 이전만 해도 여러 간부 경찰 중 한명에 불과했다.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총경)실에서 만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게 불과 5년 전 일이다. 이제는 내년 4월 총선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취임 1년을 맞았다. 더욱이 21일이 경찰의 날이다. 소회는. "경찰청장으로서 두 번째 맞는 경찰의 날인데, 작년과 달리 지난 1년간 많은 일이 있었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그간 국민체감약속 1·2호로 '악성사기', '마약범죄' 척결을 천명하여 국민을 근심케 했던 범죄를 신속히 해결하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같은 관행적 불법행위에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으로 법질서를 확립하는 등 각 분야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만들어졌다. 내부적으로는 △공안직 수준 기본급 △복수직급제 등 숙원과제를 해결하며 여느 선진국과 같이 경찰 업무의 특수성과 가치를 인정받는 전환점을 만들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다만 이태원 참사, 흉기난동 등 국민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안타까운 사건들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게 된 일흔여덟 번째 경찰의 날인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