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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10.25 15:56:18
  • 최종수정2020.10.25 15:56:18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2020년은 긴 장마와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며 살아왔다. 필자 또한 가족과 헤어짐 뒤에 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건강이 많이 나빠졌으며, 특히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마음 깊은 곳에 먹먹함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힘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신설동 풍물시장과 동묘 벼룩시장을 돌아보면서 사람이나 사물과 관계는 결합구조에 따라 나에 대한 가치나 평가 또는 부르는 호칭이 달라진다는 것을 생각해 봤다.

순수한 존재 의미가 사라진 "~이다"로 규정된 존재에 대한 존재성, "~이다"는 "내가 여기에 있다"라고 스스로 빛을 발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내 순수본질과 실체가 다르게, 또는 없는 존재로 해석 될 수 있고, 이때 실체나 본질은 존재하는가 문제가 발생한다. 내가 없음은 無 아니던가. 내가 없음 또는 실체 없음으로 空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없음이다. 없기에 나라는 존재는 헛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 비어있는 空이다. 정말 비어있고 없다면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야 한다. 어쩌면 집이라는 또는 방이라는 공간에 대한 물음일 수도 있다.

"여기까지 입고 온 옷을 벗어버릴 용기도 필요하다. 여기까지 타고 온 나룻배를 버릴 용기도 필요하다. 모든 것은 실체가 없음을 알았다. 그러나 옷을 벗고 나룻배를 버린다는 것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노력한 것이 나를 규정한다고 했을 때 더 인내하고 노력하면서 기다리자. 분명 있을 것이다"라며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행복해지도록 노력하자는 SNS 문자를 보냈다.

"나는 오늘 다시 태어났고 나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오늘 하루 충실하면 과거가 아름답고 미래 주춧돌이 된다"라는 답신이 왔다. 내면세계를 탐색한 결론일 것이다.

윤동주 시에서 '집'은 내면세계를 탐색하는 '방'에 대한 의미성을 가진다. 내면세계에 존재하는 방은 외부공간에 있는 우주를 축소 시킨 구체적인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는 방이다.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延長이옵기에-// 이제 窓을 열어 空氣를 밖구어 드려야 할 텐데 밖을 가만이 내다 보아야 房안과 같이 어두어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든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로의 울분을 씻을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윤동주, 「돌아와보는밤」 전문

힘에 대한 의지에 도달하기 위한 아폴론적인 것은 자신의 껍질인 표상을 벗고 넓은 장소로 나오는 "세상"이 되며, "내 좁은 방"은 존재 망각으로 존재 이탈한 자신의 존재성에 대해 깊이 있게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세상은 현실적인 가치가 지배하는 곳으로 무한경쟁 가치에 의해 모습을 드러내는 비극적인 곳이다.

땅에 발붙이고 사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다. 피로를 풀 수 있는 포근한 방은 어둠과 고요에 의해 이루어진다. 날이 새면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야 하는 현실이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젖어 있는 길은 아직 어둠 속에 있다. 하루를 쉬게 하는 것은 어둠이 감싸 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어둠에 감싸 안겨질 때 길은 내면화된다. 때문에 켜져 있는 '불을 끄게 함'은 어둠을 맞아들이는 행위로 삶의 재생을 위한 '행복한 공간' 만들기가 된다. 이때 찾아진 행복은 고통으로부터 도피가 아니다. 바라보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세상 바라보기 역설로 어둠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가을이 되었다. 空인 "~이다"와 "가르킴"이 내면으로 들어옴과 함께 내 존재성이 어둠을 밀어내고 행복할 수 있다면 "내가 있다"를 통해 삶에 대한 온기를 느끼면서 이루고 싶은 소망을 이루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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