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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2.03 14:48:20
  • 최종수정2024.12.03 14:48:19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대종상,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을 대한민국 3대 영화상으로 친다. 그 중 청룡영화상은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기치로 1963년 11월 30일 출발했다. 1957년, 우수국산영화상이란 이름으로 먼저 만들어진 대종상에 비해 열세에 있던 청룡영화상은 설상가상 1974년부터 행사가 중단됐다.

1974년 영화법이 개정되며 영화관에서 자국 영화나 특정 영화가 일정 수준 이상의 상영관을 점유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법인 스크린쿼터제가 시행되자 상업성에 치중한 저급영화들이 쏟아졌다. 스크린쿼터제의 심각한 부작용이었다.

영화수준의 질적 저하로 수상할 영화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청룡영화상은 1973년 10회 시상식 이후 시상을 중단한다. 16년이란 오랜 기간 동안 중단됐던 시상식은 1990년, 11회 시상식을 재개하며 다시 살아났다. 지금은 한국 최고의 영화상으로 자리 잡았는데, 대종상에 비해 한참 밀리던 청룡영화상이 기사회생하게 된 것은 대종상이 공정성 등의 논란으로 권위를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45회 청룡영화상이 배우 정우성으로 인해 민폐논란에 휘말렸다. 이번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누가, 어떤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을 것인가 보다 최근 사생활 논란으로 사면초가 신세인 톱스타 정우성이 시상식장에 얼굴을 보일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청룡영화상을 검색하면 정우성 시상식 참석이 제일 먼저 뜨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레드카펫은 생략했으나 정우성은 시상식에 참석했다. 정우성에 우호적인 일부 언론은 '많은 고민 끝에 내린 시상식 참석 결정'이었다며 연기 인생 첫 1천만 영화인 '서울의 봄'과 영화 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책임감 있는 행동이라고 너스레를 쳤다. 논란에서 숨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는 칭찬도 함께였다.

하지만 최다관객상을 받은 '서울의 봄'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정우성은 수상 소감이 아닌 본인 사생활에 대한 변명과 소회를 쏟아냈다.

'서울의 봄'과 함께했던 모든 관계자들에게 사적인 일이 영화에 오점으로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연 그는 사랑과 기대를 보내준 이들에게 염려와 실망을 준 점을 사과했다. 모든 질책은 자신이 안고 가겠으며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다할 것이라는 말로 마무리한 정우성의 매우 부적절한 수상소감에 대한 청룡영화상 측의 대응이 더 가관이다.

청룡영화상은 공식 인스타그램에 정우성 수상소감 영상을 게재하고 '청룡의 진심', '정우성의 진심'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격한 응원을 보냈다. 사생활 논란에 대한 사과와 자신의 핏줄에 대한 책임을 밝힌 한 배우의 지극히 사적인 발언이 청룡영화제의 입장인가 싶은 경솔한 행동 이었다.

대중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이 들끓자 진심을 강조한 해시태그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게시 글에 대한 댓글 기능도 차단 상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겠지만, 시상식에 참석한 정우성은 영화를 사랑해준 팬들과 영화관계자들에 대한 감사를 담은 수상소감 만을 밝히고 무대를 내려왔어야 했다.

동물적 서열로 본다면 정우성은 인간군상 중 가장 뛰어난 상위에 있는 알파메일(alpha male)이다. 동물세계에서 알파메일은 무리의 리더로 하위 계급을 지배하며 먹이나 짝짓기 등에서 우선적 권리를 갖는다.

이러한 알파메일의 역할이 사람에게는 왜곡된 형태로 나타났다. 뛰어난 리더십과 고귀한 희생을 실천한 사람이 아닌 남성적인 매력으로 여성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남성을 알파남이라 부르며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알파남은 뛰어난 외모와 풍부한 경제력, 화려한 언변 등으로 여성의 환심을 산다.

알파남에 오르기 위해 그 아래 서열인 베타남들은 치열한 관리와 열정적 투자를 아끼지 않지만 타고난 알파남을 이기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공격과 비난의 표적이 되기 쉽다. 정우성의 사생활에 관심이 빗발치는 까닭도 그가 누리는 알파남의 위치 탓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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