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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올해 구월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학년부장 선생님들에게 학교장이 진행하는 심화독서토론 프로그램을 제안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너무나 상식적인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이고, 또 하나는 책을 매개로 하여 학생들을 만나는 즐거움 때문이다. 2~3년 전 이 학교에서 교감으로 근무하던 당시에도 학생들과 정기적으로 책을 읽고 진지하게 토론 활동을 했던 경험이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하도록 자극하기도 했다.

참여할 학생들을 모아 모둠을 짜고, 학생들에게 책을 제공하며, 토론 일정을 잡는 등의 세부적인 업무는 학년부장님들이 담당했다. 그러잖아도 학년의 전반적인 활동을 챙기느라 바쁜 선생님들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초점은 학생들의 자발성에 두고 접근했다. 참여 여부는 물론이고, 읽을 책 선정과 심화토론 날짜까지 학생들이 정하게 했다. 또한 비경쟁 토론 형식으로 진행하되 무엇을 놓고 토론할 것인지 주제를 정하고 활동지를 만드는 것 역시 학생들의 몫으로 했다. 독서 및 토론 활동이야말로 참여하는 학생들의 자발성이 활동의 질적 수준과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 요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학기 중간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중간과 기말 등 학교 정기고사 기간을 피하다 보니 일정은 촘촘했다. 그래도 입시에 바쁜 삼학년을 빼고 모두 일곱 모둠이나 참여한다고 하여 내심 기뻤다. 청소년들의 독서 부족이 일반화된 문제라고는 해도 아직 독서에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반증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진행 담당인 나로서는 몇 주 안에 7권의 책을 읽어야 해서 부담이 적잖았지만, 프로그램 제안자로서 당연한 몫이었다.

그러한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달 2학년 세 개 모둠과 심화독서토론을 실시했다. 학생들이 고른 책은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인간복제, 신약 개발을 다룬 책이었다. 토론활동 제목에 '심화'를 붙여서인지 학생들이 준비한 활동지는 제법 수준이 높았다. 책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바탕으로, 인문 자연 융합적인 질문과 철학적 윤리적 쟁점으로 이어지는 물음들을 제기하고 있었다.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주로 학생들의 몫이었다. 사전에 그렇게 안내되었으므로 좀 더 꼼꼼하게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토론 활동 진행 중에 생겨났다. 인간복제를 주제로 토론하던 중 학생들의 자연에 대한 관점이 궁금하여 질문했을 때, '자연 생태계를 대상으로 인간의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학생이 있었다. 화들짝 놀라 토론에 참여한 다른 학생들에게도 물어보고, 그런 생각이 또래 친구들의 생각과 차이는 없는지도 물었다. 일부 학생의 생각이 아닌 자신들 또래의 보편적인 태도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친구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이나 가치를 강요할 수 없다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다른 모둠의 학생들과 토론할 때 다시 물어보았다. 대답은 비슷했다. '이미 쥐어짜듯 지나치게 개발을 해 왔잖아요.'라는 대답에서 보이듯, 인간과 자연환경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수단화해서 마음대로 이용하기보다,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존중해야 한다는 태도가 학생들의 전반적인 인식이라는 답변을 거듭 들을 수 있었다.

학생들은 반복된 학습을 통해 그런 생각을 갖게 된 듯하다고 말했고, 아직 실천으로 이어지기에는 제한적인 모습으로도 여겨지지만, 반갑고 기쁘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자연환경과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그러한 문제들의 직접 당사로서의 청소년 세대에게서 합당한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작고 부분적인 장면이지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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