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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중 교장

이른 시간에 출근하여 뉴스를 살펴보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등교맞이 하러 나갈 때까지는 비교적 여유가 있다. 충북도교육청의 뉴스 클리핑 사이트에 접속하여 지역의 교육 뉴스를 훑어보고,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읽는다. 때론 교육부의 뉴스 스크랩에 시선을 돌리기도 한다. 여러 매체에서 전해오는 대부분의 소식들은 고만고만하다. 일정한 높낮이로 오르내리는 파동 그래프처럼 어떤 소식은 반갑고 또 어떤 소식은 불편함을 안겨주지만, 깊은 울림을 주거나 심한 충격을 동반하는 뉴스는 드물다. 잠시 관심을 끌었다가 이내 다른 소식에 묻히거나 바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거의 전부다. 그런 가운데 때로는 강한 자력을 발휘하며 추가적인 검색과 자료 수집은 물론이고 출력까지 하게 만드는 뉴스가 등장하기도 한다.

책상에 쌓인 서류 중 그렇게 출력해 놓은 얼마 전의 뉴스를 다시금 확인해 본다. 관련하여 모아놓은 자료도 포함되어 있다. 처음 읽을 당시에도 여러 가지를 고민하며 걱정을 떨치지 못했던, 일상의 평균으로부터 한참이나 벗어나게 만든 소식이었다. 평소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의 뉴스라 더 그랬는지 모른다.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협의체)의 6차 종합보고서 이야기다.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는 IPCC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 협의체로, 기후 위기와 관련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다. 그런 기구에서 지난 3월, 총회에 참여한 195개국 만장일치로 6차 종합보고서를 승인하여 발표했다. 인쇄해 둔 일간지 뉴스에는 기후 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영향 및 대응 방법에 대한 그야말로 종합적인 보고서 내용과 함께 올해 태어난 아기가 장차 살게 될 10년 후, 20년 후 등 생애 주기에 따라 예상되는 환경 여건이 소개되어 있다.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때의 예측이지만 내용은 다시 읽어도 충격적이다.

사실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뉴스를 읽다 보면, 미래의 어떤 장면에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제풀에 취한 듯한 기사가 있는가 하면, 암울하고 어두운 단어들로 가득 채워진 기사도 종종 등장한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는 물론 각자의 몫이다. 관심 가는 소식에 집중할 터이고, 본인의 확증편향을 키우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일상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뉴스일수록, 거기에 공신력이 더해질수록 외면하거나 무시하기 어렵다. 우리와 우리 미래세대의 삶에 직접적이면서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면, 삶의 기본 토대와 밀접히 연결된 문제에 해당한다면 오히려 더욱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야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사에서 말하는 어두운 전망이 단지 전망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진다.

기후 변화, 기후 위기는 삶의 토대를 근본부터 흔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전히 반론을 제기하며 현상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해도, 중요한 것은 현재이며 미래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임을 강조한다고 해도 미래의 시간은 결국 현재가 되기 마련이다. 가능성일망정 미래 어느 시점으로서의 현재가 기후 위기 해결 실패에 의해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3도 상승하고 열대지방의 감염병이 빈번해지며 견디기 힘든 폭염과 식량부족에 수많은 동식물의 멸종이 진행되는 광경으로 채워진다면,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어렵다.

부정적 전망의 가치는 그것을 단지 전망으로 끝나게 만드는 데 있다. 예측한 시기가 실제 도래했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그렇게 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어두운 전망에 걱정으로 가득 채웠던 시간들은 비로소 쓸모를 입증하게 되는 것이다. 부디 올해 태어난 아기를 포함한 미래세대가 20년 후, 40년 후의 삶에서 과거 세대가 그런 걱정을 했다는 것을 확인하며 가벼이 놀라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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