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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자중학교 교감

'지금, 여기'라는 시간과 장소는 그 자리에 위치한 사람을 일정한 모습으로 규정한다. 그에게 어떤 자세를 갖추고 행동을 취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 규정과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지금, 여기'에서의 존재 양상은 변화하지만, 나름대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와 정도는 제한되어 있다. '지금, 여기'가 요구하는 책무성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학교에서 관리자로 근무하는 동안 주어지는 '지금, 여기' 또한 다르지 않다. 그중에서 선생님들이 관리자를 향해 보내오는 기대의 내용이 요구의 중요한 범위를 구성한다.

일반적으로 누군가의 결정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될 때, 그가 자신과 일면식이 없는 관계일지라도 그에게 어떤 기대를 갖는 일은 타당하다. 기대의 실현 여부에 따라 긍정이나 부정의 반응을 보이는 것도 상식적이다. 가령,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이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자리했을 때 그의 지지자가 아닐지라도 그의 결정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반대자일지라도 그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기도 한다. 물론 기대가 어긋나면 비난을 아끼지 않을 테지만, 그것은 그의 결정에 의하여 흔들리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일종의 가냘픈 보상이다.

문제는 많은 경우 기대가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직책을 가진 누군가에게 무엇을 기대할 때, 기대하는 사람 각각은 하나지만 묶음으로 보자면 다수의 집단이다. 기대의 항목은 집단의 크기에 비례하여 증가하며, 기대함이라는 공통분모 이외에는 동일한 것이 별로 없다. 사람마다 삶의 내용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기대를 받는 사람 시각에서 보자면 기대함의 내용들은 다양하고 때로는 대립적이어서 감당하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무엇을 희망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극렬히 반대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불행한 일이지만 모든 스펙트럼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결정은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고 두루뭉술하고 추상적으로 접근하면 실효성과 거리가 멀어진다.

기대는 단수로 끝나지도 않는다. 사람들 모두 하나 이상의 기대를 품고 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삶은 충분히 복합적이다. 어떤 결과가 자신의 기대에 일부 부합하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복수의 기대 모두를 충족하지는 못한다. 한둘의 결과에 만족한다고 해서 나머지 기대를 거둬들이지 않으며, 새로운 기대를 만드는 작업을 멈추지도 않는다. 결정적으로, 기대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이나 자원은 명백히 넉넉하지 않다. 다수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복수의 기대를 모두 충족하기 위해 동원되어야 하는 자원은 사실 무한대여야 한다.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어떻게 해도 불만족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결국, 무엇이 되었든 원하는 만큼 이루어지지 못할 때 대부분은 기대를 보냈던 대상을 향해 비판의 화살을 주저하지 않는다.

기대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기대함의 속성에 의해 기대치를 만족스럽게 충족시킬 방법이나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비난은 피할 수 없는 조건이다. 결정을 내리고자 한다면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시종일관 날을 세우는 사람은 적을지라도, 어느 때 흡족함을 보이던 사람도 다른 장면에서는 얼굴색을 바꿀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런 때 더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학교 관리자로서의 '지금, 여기'에는 위와 같은 기대의 속성들이 내포되어 있다.

무게중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여기'가 규정하고 요구하는 책무성의 중력에 부응하기 위해, 그 속에 포함된 기대에 대응하기 위해 일관성을 세우는 일은 과제이며 보호 장치다. 일관성의 관건은 지향과 전망이다. 걸어가는 길 주변의 풍경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어느 때는 풍경의 아름다움에 황홀해하다가도 다른 순간에는 풍경의 불편함과 지루함에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길이 끊임없이 뻗어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풍경이 바뀔지라도 길을 걷게 만드는 힘은 결국 그 방향에 대한 지향과 전망, 그것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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