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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자중학교 교장

변화는 불가피하다. 변화하지 않는 존재라든가 현상이 있을까. 변화에 걸리는 시간의 길고 짧음이나 진행되어가는 과정, 변화가 제공하는 영향력의 크고 작음이 다를 뿐 변화 그 자체는 우리의 삶과 동행할 수밖에 없다. 변화에 익숙해지다 보면 자잘한 달라짐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관심의 목록에 오르지도 못한다. 하지만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우리에게 제공하는 영향이 큰 변화에는 이목이 집중된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중 하나가 기후변화다. 어쩌면 기후변화라는 용어보다 이제는 기후위기라는 말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변화 속도가 급격할뿐더러 규모 또한 압도적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기후변화에 대한 6차 보고서를 승인, 발간하고 있다. 작년 8월에 제1실무그룹(WG1)의 '기후변화 2021 과학적 근거'가 나왔고, 제2실무그룹(WG2) 보고서는 올해 2월, 제3실무그룹(WG3)의 보고서는 지난 4월에 열린 56차 총회의 승인을 받았다. 방대한 보고서를 압축한 요약본(SPM)만 읽어도 현재와 미래의 기후 상황이 어떠한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주요 내용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몇 가지는 몇 번이라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기후변화는 인류에 의한 것이며, 현재의 지속 가능하지 않은 개발은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점, 온난화로 2~3℃가 오를 경우 약 54%의 생물종이 돌이킬 수 없는 멸종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는 내용 등이다. 물론 희망도 이야기하고 있다. 향후 10년의 대응이 우리의 남은 21세기를 결정하게 될 것이고, 구체적으로 온난화를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 84% 감축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위 협의체와는 운영방식과 관심 분야가 판이하게 다른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포럼, 세계경제 관련 국제 민간회의)에서도 기후변화 문제는 중요한 관심사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 포럼에서는 올해 초 발표한 '글로벌 위기 보고서 2022'를 통해 향후 인류에게 닥칠 10대 위기를 단기(2년), 중기(2-5년), 장기(5-10년)로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는데, '기후변화 대응 실패'와 '극단적 기상현상'을 중기와 장기적 위기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에 위치시키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마주하게 될 위기에서는 위 두 가지를 포함하여 '생물 다양성 손실, 자원 위기, 환경 훼손' 등 환경 이슈들을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 차례로 제시하고 있다.

세계적 영향력이 큰 두 단체에서 제시하는 기후변화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미 많이 접하고 있어 익숙하되 차분하게 따져볼수록 그 내용은 결코 익숙해지기 어려운 것들이다. 서서히 그러나 치밀하고 무섭게 우리의 일상을 조여가게 될 것들이다. IPCC에서는 '지금 당장의 적극적이고 전세계적인 대응'을 강조하면서 변화를 늦출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하고 있지만, WEF가 말하는 '기후변화 대응 실패'는 문제상황이 개별 국가를 뛰어넘어 글로벌한 규모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그 해결을 위한 국가적, 국제적 대응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보다 설득력 있어 보이기도 한다. 국제적인 규모로 진행되는 심각한 변화이면서 국가와 기업들은 물론이고 개인들까지도 그 변화의 원인 제공자가 되고 있는, 문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 변화에 대하여 재난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충격에 대비하라는 조언은 별로 쓸모가 없어 보인다.

지난달 말 미국 대법원은 미국환경청(EPA)의 자국 화력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규제와 관련한 소송에서 석탄산업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하여 석탄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방출을 규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되었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글로벌 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편협하고 안이한 엇박자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어 씁쓸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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