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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자중학교 교장

방학이 되면 으레 시내의 중고서점을 찾곤 한다. 몇 년째 거의 습관처럼 굳어졌다.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아침부터 몇 시간씩 머물며 서가를 둘러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딱히 찾는 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문학 코너에서 시작하여 심리, 역사, 철학, 지리, 과학, 경제, 환경, 여행, 취미 등등의 서가에 눈에 띄는 책을 살펴보는 즐거움이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는 듯하다. 방학 시작 무렵에 들르곤 하니 일 년에 두 번씩 가는 셈인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반년 가량의 시간이 지난 뒤에 가 보면 중고이기는 해도 새 책들이 꽤 많이 꽂혀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물갈이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방학을 맞아 우선 중고서점 나들이를 했다. 다 읽은 책 중에서 굳이 책장에 보관을 하지 않아도 될만한 녀석들을 골라서 가지고 갔다. 책 읽기를 즐겨하되 소장도서 목록이 어떠한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기도 하려니와, 내가 필요로 하지 않는 책은 그 책을 원하는 누군가에게로 가야 책으로서의 의미가 커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종종 중고서점에 책을 되팔곤 했다. 그렇게 가지고 간 책을 넘기고 나서 서너 시간 서가를 돌며 맘에 드는 책을 골라 담았다. 서점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골라 담는 책도 함께 늘어난다. 책을 담은 가방이 묵직해지는 만큼 기분도 좋아진다.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는 동안 책 보따리를 살펴본 아내가 지나가듯 한마디 한다. 이 책은 지난 번에 팔았던 책 같은데…. 몇 번인가 딸내미를 통해 중고서점으로 보낸 책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중 한 권을 되사온 듯했다. 나이듦에 대하여 제법 깊숙하게 설명하고 안내하는 책이었다. 어쩐지 서점에서 그 책을 흥미롭게 뽑아 살펴볼 때 뭔가 익숙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래서인가 보았다. 정말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건망증은 어쩌지 못하는 일인가 싶었다. 그래도 그렇지, 읽고서 팔았던 책을 다시 사오다니….

찬찬히 확인해 보니 지지난 해 겨울무렵 중고가 아닌 새 책을 산 것이 맞았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느낌이 구체적으로 다가오면서 나이듦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가던 무렵이었다. 관심 가는 분야가 생기면 먼저 책을 찾아보는 버릇대로 나이듦을 다룬 책을 몇 권 읽었던 기억도 났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에 대하여 어떤 저항감이 있었는지 제대로 꼼꼼하게 읽은 책은 없었다. 관심은 있으되 집중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마뜩찮은 무엇 때문에 책을 구입해 놓고도 한참 동안 묵혀두다가 마지못해 읽는 것처럼 건성건성 대강 훑어보고는 곧장 중고서점으로 보내버린 책이었다. 그러고서는 이년이 채 안돼서 나이듦을 다룬 책을 사올 정도로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이었다.

따져보면 나이듦에 대한 관심과 집중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런 모습이다. 지금보다 일년이든 이년이든 그 이상의 몇 년이든 나이가 들어가는 실제 장면들은 아무리 어찌저찌해도 결코 현재 시점에서 미리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년 전에야 그 느낌이 지금보다는 덜 했을 터이니 관심만큼 집중하지 않아도 별 상관은 없을 것이었으나, 나이듦은 누구든 피할 수 없는 변화인지라 재차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팔았던 그 책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가 다시 내 손에 들어온 것인지, 제목만 같은 다른 책을 구입해 온 것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아니 똑같은 책이라면 각별한 인연이 있는 셈이니 이제부터는 애지중지해야 맞겠다. 아무튼 이왕에 두 번째로 사온 책이니 이제는 꼼꼼하게 읽어가며 나이듦을 성찰하고 준비해야 할 듯하다. 나이가 들어가는 몸과 마음은 물론이고 감정에 대한 조언도 살펴보고,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가며 나이듦의 시간과 삶에 대하여 진지하게 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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