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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자중학교 교장

해가 바뀌는 시기에는 책장을 정리하는 버릇이 있다. 이리저리 꽂혀있는 책들을 종류별로 모으기도 하고, 다음에 읽게 될 책을 위해 빈 공간을 만들어 두기도 한다. 문득 오래된 책이 눈에 띈다. 25년 전에 읽었던 책 '오래된 미래'다. 1996년 녹색출판사에서 발간할 당시 재생지로 만든 책은 이제 지나간 세월만큼 색이 바랬다. 그래도 단기적 이익에 초점을 맞춘 개발에 대한 의구심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내용은 여전히 새롭다. 책 표지에 메모해 둔 '아주 흘륭한 책'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환경교육에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전공 교과가 아니었고, 학교 교육과정에 환경 교과가 개설되었다거나 개설되어 있다고 해도 실질적인 환경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한계는 뚜렷했지만, 그래도 수업시간에 환경을 주제로 한 글들이 지문으로 나올 때마다 학생들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미래세대인 학생들이 장차 그들의 삶에서 이전 세대가 누적시켜놓은 환경적 부채와 모순들을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에 시선을 모으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누렇게 바랜 책을 바라보며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기후변화 아니 기후위기가 본격화되고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환경교육에 대한 인식이라든가 관련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다양하고 풍성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후와 환경문제의 심각성은 오히려 불어나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유엔 6차 기후변화보고서에서는 지금 학생들이 성인이 됐을 때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 어떠한 것인지 명확하게 제시돼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5차 보고서(2014년)가 파리기후변화 협약 체결(2015년)에 중요한 역할을 한 만큼 자료의 공신력은 매우 높다. IPCC에서 그동안 발표한 5차까지의 보고서도 무거운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2021년의 6차 보고서는 더욱 심각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환경교육에 대한 관심 유무와 관계없이 소홀히 지나칠 수 없는 내용들이다. 학생들과 미래세대는 물론이고 현재 세대도 직접 영향을 받게 되는 상황들이 제시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인간이고, 온실가스 배출은 현재에도 증가하고 있으며 지구의 평균 지표면 온도 역시 상승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 예상 기간을 오는 2040년으로 전망하며, 인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달성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에서는 암울한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지난 해 11월 영국에서 열린 COP26(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130여 국가의 정상들이 참여했음에도 상황에 부합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실제적인 대책을 지금 당장 실천해도 부족할 판인데 기후위기가 나라를 초월해 무엇보다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전면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현실과 삶의 복잡성만큼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문제 또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문제이다. 어느 한쪽에 책임을 떠넘기거나 미뤄둘 성격의 문제도 아니다. 모든 사람들의 삶이 연관돼 있는 문제인 만큼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집중해서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언젠가 책에서 읽은 '젊은 세대의 미래 삶에 대한 근심이 그 시대의 교육을 구성한다'는 구절이 떠오른다. 그런 만큼 환경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다. 교육과정을 비롯해 풀어가야 할 많은 과제들이 있을지라도 가능한 단계부터 지금 곧 실천해야 할 주제 중 하나가 환경교육이지 않을까. 25년 전의 책을 손에 들고 다시 25년 뒤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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