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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중 교장

새 학년을 준비하는 시기다. 학교 교육계획을 세워야 하고, 업무분장을 해야 한다. 편성 업무의 부장 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을 선임하고, 부서별 연간 계획과 교과별 학년별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대부분의 학교에서 그러하듯 우리 학교에서도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하고 있다. 물론 실무 작업은 교감선생님과 교무부장을 비롯한 선생님들이 맡아서 고생하고 있다.

내가 신경을 집중하는 부분은 학교장 브리핑이다. 선생님들에게 학교의 교육 방향과 중점사업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어느 정도는 메타적인 관점에서 교육의 지향점을 안내하는 일이 맡은 업무 중 중요한 하나라 생각하고 있다. 브리핑 자료를 준비해서 새학년 준비기간 첫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간 모아 놓은 자료와 메모들,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올해 브리핑의 키워드는 역시 변화로 모아진다. 지난해에도 변화를 화두 삼아 이야기했다.

변화는 삶의 기본 조건이다. 무엇이든 변화는 진행 중이다. 추상적 가치라든가 개념도 변화의 중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변화가 삶을 실시간으로 채우고 있는 배경이라면, 그것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살펴보면 변화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지리적, 역사적 등등의 요인들이 복잡다단하게 얽혀 묶음으로 들어선다. 기후 위기처럼 핵심 이슈를 추출할 수 있는 변화가 있는가 하면, 저마다 다른 성향으로 인해 가닥을 잡기 어려운 변화도 많다. 여기에 개인이나 사회 집단의 욕망이 옵션으로 첨가될 경우 인식의 방향 설정부터 난제가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럼에도 어지러운 변화의 방향을 가능한 명료한 공식처럼 정리하고 싶은 소망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마치 이율배반처럼 소수의 사례로 손쉽게 정리한 결과는 적용 대상이 제한되고, 적용 대상을 넓히고자 사례를 확대하면 찾으려는 규칙은 숨어버린다.

그렇다고 인식 작업을 멈추고 변화의 흐름에 그저 맡겨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살아가는 일은 해수욕장의 얕은 물에서 튜브에 몸을 얹은 채 물결따라 출렁거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변화를 인식하는 작업, 변화의 양상을 따져보는 작업, 변화에 대하여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를 모색하는 작업은 개인적, 사회적 삶을 위하여 당연히 수행해야 하는 과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체감하는 변화는 수없이 많다. 교육 환경과 제도, 학생들의 성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것들은 또한 묶음으로 들이닥치고 있다. 방향을 제대로 잡아가기 위해서는 가능한 넓은 범위에서 검토 항목을 늘려 인식의 폭을 넓히고 어떻게 변화에 대응해야 할지 가늠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지난해 말 고시된 2022개정 교육과정을 필두로 OECD 교육 2030과 유네스코 교육 2050은 우선 확인해야 하는 항목이라 생각한다. 교육부의 교육기본 통계도 검토 대상에 포함해야 하고,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도 인구절벽 현실을 확인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다. 한국교육개발원 정기간행물 KEDIBRIEF 제22호(2022년)에서는 10년 사이에 청년세대의 '생애 목표 의식' 중 '사회적 공헌'은 감소하고 '물질적 부'가 크게 증가했다는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연수도 중요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 미디어교육 포럼'을 통해 정보의 생산과 유포의 효율성은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표현 방법이 영상과 이미지로 대체됨에 따라 어휘력이나 문해력을 통한 소통 능력이 저하되는 현실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기본 자료는 지난 해 교육활동에 대한 학교 자체평가 결과물이다. 학년 초에 설정한 교육목표에 대하여 성과와 한계는 물론이고 다양한 의견들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료들의 공통 키워드는 변화다. 그것을 화두로 삼아 선생님들이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도록 브리핑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층 진지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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