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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자중학교 교감

지난해 경험이다. 몇 명의 학생이 예능방송에 나오는 동물모양 옷을 입고 등교했다. 물어보니 할로윈 데이란다. 점심시간 그 학생들이 떠들썩하게 교무실로 들어왔다. 얼굴에 기묘한 분장을 한 학생도 있었다. 사탕을 건네주기에 즐거이 받은 다음 답례로 과자를 한 움큼 쥐어줬다. 학생들의 소품인 코믹한 선글라스를 받아쓰고 포즈도 취했다. 한바탕 재미난 소동을 벌인 뒤 학생들의 담임선생님이 찾아와 혹시 불편하지 않았는지 묻는다. 전혀 아니고 정말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해 줬다. 학생들이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내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려는 모습이라 여겨져 오히려 좋았다. 그러한 장면들이 학교생활을 행복하게 이끌어준다면 기꺼이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은 미래에도 행복해야 하겠지만 현재도 마찬가지로 행복해야 한다. 행복한 학생으로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학생과 학교와 행복을 묶는다고 할 때, 학생은 전반적인 학교생활·교과활동과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가능한 많은 부분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얻으며 행복하게 성장해 가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현재의 행복을 누리면서 그것을 미래의 행복으로 이어가도록 교육할 수 있다면,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을 잘 어울리는 친구처럼 동행하게 한다면 참으로 이상적일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즐거움을 얻을 요소들은 다양하다. 그러나 중요성이라든가 보내는 시간의 양을 따져볼 때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학습 활동과 선생님과의 만남을 제외하면 그 의미가 대폭 축소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부하기를 정말 즐겁고 신나는 일로 여긴다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그것은 학교의 이상이 실현되는 감격스런 일이다. 할로윈 축제를 즐기듯 학습활동에서 재미를 누리고, 선생님과의 수업을 기대하며 들뜬 얼굴로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다면 현재와 미래의 행복은 어렵지 않게 하나로 이어질 수 있다. 행복한 학창시절이 일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은 다르다. 십사오년 전에 공부가 가장 쉬웠다며 책을 낸 사람도 있지만 학교에서는 희귀한 존재다.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고 학습하는 일에 즐거움보다는 부담을 더 크게 느낀다. 행복함 때문에 공부하기보다는 공부해야 하므로 학교의 일정에 따른다. 게다가 시험은 부담을 증폭시키며, 상시평가로 진행되는 수행평가는 상시적 압박의 원천이 된다. 그 짐이 무거워 책상에 엎드려 수업을 외면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공부를 통해 성취감을 맛보지 못한 채 수업 시간에 무기력한 학생들에게 학교가 행복한 공간이 되기 어렵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재미없는 학교에 나와 주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다. 생각해 보면 현재 행복한 교육과 미래의 행복을 위한 교육은 아귀가 들어맞는다기보다는 마치 기대와 현실이 덜컥거리며 부대끼듯 서로 상충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두 가지는 모두 중요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도 없다. 특히 학생들의 배움을 통한 성장은 그들의 삶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기관에서는 수업과 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학생 참여수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학생 희망에 따른 배움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학생의 의지와 참여가 있다면 교과수업은 물론 교과 외 활동까지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이처럼 방법은 상식적이고 원론적이다. 여러 한계가 있을지라도 더 많은 학습활동, 학교활동에서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도록 이끄는 것이다. 학생들은 활동의 주체가 됨으로써 스스로 능동성을 발휘하고,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의 어떤 소모적 즐거움, 배움이나 성장에 방해가 되는 무엇에 몰두한 나머지 미래의 행복을 위한 준비를 방기하는 학생이 있다면 마땅히 미성숙에서 벗어나 균형을 잡도록 일깨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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