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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중 교장

날이 많이 풀렸다고 해도 곳곳에 눈이 쌓여있다. 익숙한 광경이다. 문득 십몇 년 전 겨울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 당시 풍경에도 눈은 여전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가속되는 온난화로 날씨가 그 당시와 차이 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표현은 섣부르다. 풍경은 비슷해도 그 아래 숨어 있는 함의는 다르다.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십몇 년 전과 지금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변화 중 마음에 담지 않을 수 없는 장면 하나는 전망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지 않는가라는 점이다.

딸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던 십 오륙 년 전, 아이들의 미래는 밝게 여겨졌다. 아이들이 가진 개인적 특성이나 지향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당시의 청소년 세대가 맞이할 성년으로서의 미래에는 선택의 기회가 늘어나고 재능을 발휘할 공간이 넓어지며 삶을 어지럽히는 불평등이나 전쟁 등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인식과 정보의 주관적 한계가 개입되었음이 분명하지만, 대체로 낙관적이었다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초점을 지금의 중고등학생으로 맞추어 이들 세대가 장년이 되었을 때의 미래를 짐작해보노라면 기대보다는 염려가 더 크게 다가온다. 인공지능이나 AI 분야에서의 장밋빛 전망 등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낙관적 기대를 감안하더라도 나라 안팎으로 저출산, 풍요의 사회적 격차 급증, 분쟁과 같이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그러나 규모 면에서 그것들을 압도하는 더 크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점차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문제가 구체화 되어가는 사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기후 위기, 생태환경 위기, 온난화의 문제가 그것이다. 거기에 자원의 한계도 겹친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거의 본질적인 문제가 미래를 전망하는 곡선이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하향곡선으로 그려지는 전망은 다시 십몇 년 뒤쯤에는 낙관적 방향으로 바뀔까. 이미 반세기 전에 자원과 환경문제를 경고한 로마클럽 보고서(성장의 한계, 1972년)가 나왔지만 반응은 대체로 무관심이었다. 부분적으로나마 환경 활동가와 연구자를 중심으로 문제의식이 확산되어 현재의 환경 운동을 활성화하는 데 소중한 역할을 하기는 했다. 그러나 정책 결정권자들이나 주요 언론, 영향력 있는 전문가들은 개발과 경제성장에 더욱 환호했을 뿐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악화되는 증거들이 공신력 있는 기관들(기후변화 정부간협의체IPCC, 세계기상기구WMO, 유엔환경계획UNEP 등)에 의해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음에도 해결 의지와 실행 노력은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개별 국가를 뛰어넘는 문제인 만큼 전 세계적, 범 인류적 대응이 중요함에도 움직임은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진다는 연구 결과 대로 상황이 계속 진행된다면, 그럼에도 위기의식이 즉각적이면서도 대대적인 해결 노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전망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급격한 기후 변화 속에 담긴 문제의 심각성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빠르게 확산된다면 해결을 위한 개인적, 정책적 실행 가능성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솔직한 심정으로 필요한 속도만큼 빠른 공감대 확보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삶에 부딪혀오는 갖가지 문제들에 대한 중요도의 인식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미래의 환경과 기후에 드리운 어두운 전망을 떨쳐내기 힘든 이유다.

미래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는 현재를 긴장하게 만든다. 학생 세대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니만큼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 역시 그러리라 생각한다. 다시금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점점 진행되어 인식의 변화라든가 실천적 노력이 너무 늦어지기 전에, 해결 가능성의 희망이 아직 남아 있는 지금 기후 위기에 대한 교육의 역할을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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