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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자고등학교 교감

경력이 쌓이고 직책이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권위적으로 변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자신의 경력이나 직책만큼 대접받기를 바라는 마음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태도가 강해지되 적절히 제어되지 않는다면, 갈수록 벗어던지기 어려운 갑옷으로 굳어지게 놓아둔다면 곧 달갑잖은 수식어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존중이라기보다 거리를 띄우려는 의미로 따라붙는 권위적이라는 꼬리표는 아마도 머물러있음에 원인이 있는 듯하다. 흐르지 않고 머물러있으면, 새로운 흐름이 들어오도록 문을 열어놓지 않는다면, 내부의 생각이나 태도들은 가라앉아 켜켜이 쌓이게 된다. 새로운 무엇과 순환하지 못하게 된다. 성찰의 시선을 허용하는 대신 기존의 관점들은 점점 탁해지면서 썩어갈지도 모른다.

제어하기 위한 방법은 열어놓음이다. 눈과 귀를 열어놓고 마음 또한 열어놓아야 한다. 열어놓음은 받아들임이다. 열어놓고 받아들이면 섞이기 마련이다. 섞이고 순환할 수 있다면 정체되지 않는다. 생각들은 층층이 쌓이는 대신 밖에서 들어온 새로움에 충격을 받거나 균열을 일으키게 된다. 덕지덕지 달라붙는 관념의 각질을 떨구어내고 조금은 더 가벼이 떠오를 수 있게 될 것이다.

경력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을 이미 지출했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지불할 시간이 넉넉지 않다는 뜻이다. 시간의 지갑은 얇아지기만 할 뿐이다. 그렇기에 경력을 쌓아간다는 것은 누군가의 태도에 쉽게 값을 매기는 모습에서 거리를 두는 일이다. 지갑이 얇아지고 있으니 거꾸로 누군가로부터 값이 매겨지는 일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 또 그것은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듯 곱고 순한 시선만을 기대하는 들뜸으로부터도 벗어나는 일이다. 오히려 넓어지는 시선의 스펙트럼을 감당해 내야 한다. 실제로 어떠한 경력이든 쌓여갈수록 당사자의 주관적인 좋고 싫음에 상관없이 수긍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때를 자주 만나게 된다. 갈수록 그렇게 될 것이다. 변화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변화의 흐름에서 비껴설 수는 없다. 열려있음, 받아들임의 필요는 여기에서도 긴요해진다.

열려있기 위하여,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받아들일 공간이 준비되어야 한다. 받아들이는 내용물이 물건이 아닌 만큼 그 공간은 물리적 공간이 아닌 마음의 공간이다. 공간이 넓을수록 받아들임은 넉넉해진다. 그러나 공간을 확보하는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마음의 공간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간에 비례하여 넓어지는 것도 아니다. 몇 천 번, 몇 만 번 두드려서 넓혀야 한다. 틈날 때마다 돌아보고 파내며 확장해야 한다. 그 고통이 어떠한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두드릴 때마다 마음에는 멍이 들고, 파내어지는 것은 마음의 살점들이다.

마음 공간을 넓히는 작업이 고통스럽다고 해서, 열려있음이나 받아들임은 각자의 선택 사항일 뿐이라고 고집부리거나 회피할 일은 아니다. 경력과 함께 주름이 늘어나는 모습이 논리나 선택이 아닌 것처럼, 열어놓음과 받아들임은 논리나 선택이 아니다. 어떠하든 경력을 쌓아가는 것은 그만큼 받아들일 공간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그것이 균형이다. 삶의 숙제이다.

그렇다고 해서 올바르지 않음까지 받아들임의 목록에 포함할 수는 없다. 경계가 명확하지는 않아도, 보편적이고 건강한 도덕률에 어긋나는 항목까지 무작정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올바르지 않은 것들을 받아들이게 되면 정작 받아들여야 할 사람과 이야기의 자리는 좁아진다. 받아들여야 할 것들을 억압하고 소외시킨다. 그것은 스스로를 옹호하기 위해 가시를 숨기고 있다가 어느 때든 본성을 드러내게 된다. 마음의 문을 닫게 하고, 두껍고 높은 벽을 쌓게 만든다.

일상적이지만 돌아보면 새삼 삶을 둘러싼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딱딱한 권위의 갑옷으로는 아무래도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버겁다. 무거운 갑옷을 과감하게 벗어던지는 노력으로서의 열려있음과 받아들임을 생각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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