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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넘기려니 고연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늘 아쉽다. 사람과의 관계는 물론 한 숟갈 남은 밥까지도 마지막은 아쉽다. 이럴 때 마다 나는 생각을 바꿔본다. 그러면 마지막은 시작이 된다. 마지막을 시작개념에서 보면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매는 기회가 된다. 산의 정상인 마지막까지 힘을 다하여 오르고 올라보면 알게 된다. 정상은 결국 내려가기 위한 시작점이라는 것을….

지난 일 년이 누구에겐 기뻤던 한해였고, 누구에겐 힘겨운 한해였을 거다. 연인을 만나 환희의 시간을 지낸 이가 있는가 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한 곳으로 먼저 보내고, 감당 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으로 많이 아파한 이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지나온 삶은 각각 달라도 모두 지나간다는 공평함도 있다. 하여 이 시점에서 머무르지 말고 숨을 고르며 점 한번 찍고 진행해야한다. 그러면 새로운 삶이 이어진다.

세상에 이도저도 영원히 다 가진 이는 없다. 하여 이 공평함이 우리로 하여금 인생이 죽을 만큼 힘들어도 살아볼 용기를 갖게 한다. 가난한 이가 인품이 좋아 존경받기도하고, 부자가 복잡한 일들로 불행하기도 하다. 잘나고도 외로운 이가 있는가하면 못났어도 주변에 사람이 많아 늘 웃는 이가 있다. 학식이 많아도 더 채우려고 근심하는 이가 있고, 무식해도 부요한 이가 있다. 그렇게 행복과 불행은 늘 공존한다.

공평의 근원인 자연은 햇빛과 비를 골고루 내려 이 땅을 편만하게 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미물이나 인간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편안히 공기를 마신다. 한곳으로 치우친 대로 영원한 건 없다. 태풍을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한번 씩 태풍이 뒤집어 주며 바다를 청소할 때, 적조현상이 치료되고 홍수가 범람해야 강의 녹조현상이 치료된다. 고난도 때로는 유익이 될 수 있거늘 우리는 평안하기만을 바란다.

고난을 걸작으로 승화시킨 예술의 거장들 앞에서면 절로 겸허해 진다. 수 세기를 넘어 세계인들에게 변함없는 극찬과 사랑을 받는 음악이나 미술품들은, 작가들이 평안할 때 보다는 극심한 고난 중에 일궈낸 결과물들이다. 하여 지금 잘 나가도 자고하지 말고, 고난 중에 있더라도 기다려야 한다. 바람은 지나간다. 피하려 말고 잘 견디다 보면 내안의 썩은 찌꺼기들을 뒤집어 결국 우리를 앞으로 나가게 한다.

사막을 버려진 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비가 적게 내리는 사막에는 신묘막측한 풍경이 있다. 화성처럼 아름다운 별천지, 슬픈 인디언들의 성지인 모뉴먼트밸리에 갔을 때였다. 눈앞에 펼쳐지는 놀라운 풍광에 넋을 빼앗겨 말을 잊고 발은 얼어붙었었다. 저주의 슬픔만이 흐르던 대지가 세계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땅이 되었다. 고난은 축복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걸 그곳에서 깨닫고 숙연했었다.

자연은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채워준다. 목련이 떨어진 것을 보고 울적해 하면 비가 내린다. 꽃 대신 비로 대지를 적시지 않으면 정서가 얼마나 푸석할까. 그립다 하며 하늘을 보면 그리운 얼굴을 닮은 달이 떠오른다. 신록이 가는가 하면 단풍이 물들고, 단풍이 짧다하면 낙엽을 땅에 깐다. 낙엽을 밟으며 가을을 보내면 조용히 눈이 내린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더욱 소중하고, 아픔이 있기에 치유를 은혜로 여긴다.

실패가 없으면 성공의 기쁨을 어찌 알리. 이별의 아픔을 경험했기에 다시 만난 사랑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사람이 어찌 원하는 걸 다 성취하며 살겠는가. 이것이 아니면 저것을 주시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을, 사람들은 원하는 것만 달라고 한다. 그리고 얻지 못하면 환경을 탓하고 타인을 원망하며 불행해 한다. 눈이 내린다. 창밖의 분분설을 바라보며 돌아보니 올 한해도 주신 은혜가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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