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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 강사

며칠 전, 밤 11시에 송구(送舊)예배를 드렸다. 늘 드리는 예배지만, 해를 보내는 마지막 예배에 임하는 마음은 어느 때보다 정성을 모으게 되고 진심이 된다. 땡! 땡! 땡! 목사님께서 타종하신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다. 이어서 영신(迎新)예배로 들어갔다. 범이 왔다. 범 중의 범, 임인년 검은 호랑이해다. 새로운 해가 온 거다. 조용히 묵상하노라니 20대 후반, 영신예배에 임했던 내 모습이 보인다. 그해도 호랑이해였다. 그런데 무슨 기도를 올리는지 제법 진지하다. 그해 가을, 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호랑이 줄무늬를 입은 딸을 낳았다.

지금 나는 어떤 마음으로 새로운 해를 살아야 할까. 검은 호랑이는 강력한 리더십, 도전 정신, 열정을 의미한단다. 그러할지라도 36년 전처럼 위대한 도전을 할 수는 없다. 그런데 호랑이 특성 중 도전 정신이란 말이 되뇌어진다. 검은 호랑이를 보고 싶다. 검은 호랑이는 상상 속 동물이 아닌, 실제 뱅골에 7∼8마리 정도 서식한단다. 국토 대부분이 산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에도 옛날에는 호랑이가 많았단다. 지금은 동네에서 야생 호랑이 보는 일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까마득한 옛이야기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영조 27년(1751년)에는 경복궁 안에까지 호랑이가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호랑이가 많았단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는 호랑이 이야기가 많아 '호담국(虎談國)'이라 불릴 정도다. 설화나 속담 단골 소재로 사용돼왔고, 민화의 단골 소재로 쓰여 우리 생활과 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동물이다. 신기한 것은, 우리나라 지도까지 호랑이 모양이라는 거다. 앞발을 들고 포효하는 모습이 여전 호랑이다.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영물로 여겼다. 신의 존재에 두려움과 사랑이 동시에 존재하듯, 호랑이도 공포의 대상이면서 해학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친구로 묘사한 설화들이 많다. 그렇게 호랑이는 우리네 문화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저기 웅크리고 있는 누군가 있다. 울타리를 치고 범위를 벗어나면 긴장해 방어태세로 들어가는 내 모습이다. 여기가 좋사오니, 아무 문제 없으니, 나를 두고 가라며 도리질한다. 도전하는 거다. 검은 호랑이 상징처럼 도전 정신이 있어야만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 고착된 사고를 변화시켜야 한다. 도전해야만 변화가 일어난다. 변화란 자신의 우주가 뒤집히는 사건이다. 안일함에 젖은 나에게 정서적 충격을 가해 가슴 뛰는 파장을 일으켜야 한다.

'북쪽 바다에 곤이라는 작은 물고기가 살고 있는데, 어느 날 변화해 새가 되니 그 이름은 붕새라. 변화한 붕새의 날갯짓이 하늘을 덮고, 등허리는 몇천 리인지 가히 모르겠더라….' 장자 내편에 나오는 변화에 대한 비유 한 토막을 떠올려본다. 작은 물고기 곤이가 변해 붕새가 된다? 물고기가 새가 되다니,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생물학적으로도 얼토당토아니한 말이다. 그런 일 따위는 그저 우화일 뿐,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다시 도리질한다.

그러다 다시 생각한다. 장자는 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까. 이런 픽션을 통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그 말을 들어보려 귀를 기울여본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변화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며 시원해진다. 이 시원함은 무언가. 이번에는 날갯짓하는 붕새에게 생각을 모아본다. 들린다. 생각을 바꾸니 지축을 흔드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 보인다. 작은 물고기가 결연히 분기하여 공기층을 뚫고 올라간다. 아! 장대한 날갯짓을 하며 비상하는 붕새다. 창공을 가르고 나는 커다란 물체다.

그랬다. 나를 가두고 비상하지 못하게 하는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스스로 쳐놓은 생각의 울타리를 제쳐야 한다. 자신을 차버리고 비상하고 싶어는 하면서, 정작 날기 위해 어떤 노력도 안 했다. 새롭고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나려면 나를 제약하고 있는 한계를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 나를 똑같은 나로 머물러 있게 하는 것들, 나를 정해져 있는 자리로 되돌아오게 하는 것들에 익숙한 나를 깨워야 한다. 내 영혼 일부분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 내 영혼의 향방은 어디를 향하여 있는지, 고민해보자. 아직은 시간이 있고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머뭇거림은 그만하자.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해 보는 거다. 저∼기 붕새가 날갯짓하며 비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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