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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내안에는 두 사람이 존재한다. 욕심 많고 이기적인 나와, 고상하고 싶은 이타적인 내가 있다. 둘은 상황과 현실을 판단하고 타협하고 공존하면서 잘 지내다가도 자주 충돌한다. 형체가 보이진 않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갈등한다. 충돌이라 표현했으나, 심각하진 않은 것이 분쟁의 결과가 대부분 생각으로 그치고 평안히 지내서이다.

가끔 격한 상황을 만나기도 하는데 결국 어느 한쪽이 승리하게 되고 한쪽은 고개를 수그린다. 그런 경우는 이긴 쪽의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진다. 먹을 것 입을 것, 아이들 교육비까지 아끼며 살던 젊은 시절이었다. 하루는 남편이 목돈을 대출 받아 타인에게 주자고 하는 게 아닌가. 나로선 양보하기 힘든, 아니 절대 하기 싫었다.

그의 상황으로 보아 돌려받지 못할 것이 불 보듯 한데 목숨처럼 소중한 것을 주라니…. 내안의 두 사람 간 충돌이 상당히 격했었다. 분쟁은 몇 날 동안 이어졌고 입맛을 잃기까지 힘들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밖에 없으니 기꺼이 주자고 한마음이 설득했다. 여유 돈도 아니고 대출받아서 까지는 싫다며 한쪽에서 고집 부렸다.

엄동설한에 아이들과 거리로 내쫓기면 어찌하느냐 속삭였다. 내 책임은 아니라고 강하게 도리질 했다. 둘의 싸움은 밖으로 표출됐고, 우리부부관계까지 영향을 미쳤다. 두들겨 맞고 맞아도 빳빳이 고개 들고 튀어 오르는 게임기상자의 두더지머리들처럼 주지 않겠다는 마음이 끈질기게 튀어 오르다 결국 상처투성이가 되어 굴복했다.

대출금을 갚느라 고생은 했지만 한 가정이 일어났고, 우린 사람을 얻었다. 그리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희열과 뿌듯함이란 보상을 두고두고 받으면서 산다. 그런가하면 겨우 푼돈을 내어주는 일로 갈등하기도 한다. 한번은 성안길에서 폐타이어로 하체를 감고 찬송가를 틀어놓고 길에 엎드려 구걸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천원을 줄까? 오천 원을 줄까? 지갑을 보니 만 원짜리밖에 없다. 좀 과하지? 지폐를 만지작거리다가 지나쳤다. '자주 보는 이웃도 아니니 괜찮아. 검은 손들이 장애인을 거리로 내보내 조종하여 이익은 그들이 챙긴다는 말이 있잖아?' 구성진 찬송가소리가 발자국을 뗄 때마다 걸리적거린다. '그래도 한 끼 식사비가 돌아간다면 지폐를 넣었어야 했어. 이미 지나친 걸? 돌아갈까?' 그날 나는 결국 되돌아갔다.

내안의 사람들은 늙지도 않는지 두 사람의 분쟁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원초적인 내가 죄의 범주를 벗어나 죄와 상관없는 삶을 살기가 쉽진 않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 내안에선 수시로 죄짓는 생각을 한다. 성경은 생각으로 짓는 죄도 죄라 고 말한다,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을 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세상에 남의 마음이나 생각이 훤히 보이는 거울이 있다면 나는 부끄러워 숨어살아야 한다. 생각은 상상의 날개를 달고 하루에도 수없이 외출한다. 그리고 넘보지 말아야 할 금단의 선을 넘나든다. 그때마다 또 다른 내가 다독여 제자리로 들여보내곤 한다. 어쩌다 정도를 벗어나는 생각을 할지라도 휘청거리는 데까지 나가지는 않도록 또 다른 내가 잡아준다. 오늘도 난 길이 아닌 곳에 한발을 내딛고는 두리번거렸다. '나가면 돌아오기 힘드니 그러지 마라….' 또 다른 사람이 속삭이며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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