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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작가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햇살이 환한 밖에 있다가 통로로 들어오니 조명이 어두컴컴하다. 지하 2층에서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누군가 큰 가전제품이라도 들여오나 보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B2 B1 숫자가 바뀌며 올라온다. 딩동! 1층에서 멈추어 스르륵 좌우로 문이 열렸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흠칫했다.

불빛이 환한 엘리베이터 안에 건장한 두 남자가 검은 점퍼를 입고 벽을 향해 돌아서있다. 등판엔 '00장례식장' 이란 하얀 글씨가 새겨졌고 거울 속 얼굴엔 마스크를 쓰고 면장갑을 끼었다. 한쪽엔 알루미늄 접이식 들것이 세워져 있다. "놀라셨나요? 이런 직업도 있답니다." 한분이 말했다. "아, 밖이 어둡다 보니 순간적으로…." 그리 대답하고선 누가 돌아가셨냐고 물을 새도 없이 문이 열려 내가 먼저 내렸다. 누굴까. 궁금하여 몇 층에 서는지 보았다. 13층에서 들것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얼마 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만나 13층 버튼을 눌러 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가셨나 보다. '영혼의 고향에서 안식하시길….' 숙연해진다. 잠시 뒤 두툼한 알루미늄 들것에 실려 나가시면 사랑하는 가족이 사는 이집에 다시는 못 오시겠구나.

내게 고향을 물으면 금강이 휘돌아 흐르고 경부선 기차가 지나는 부강이라 대답한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 조상대대로 살아온 정든 곳, 부모님이 계셨던 그 땅, 마음속에 간직한 그리운 그곳을 우리는 고향이라 이름 한다. 그렇게 육신의 고향이 있는 것처럼 영혼의 고향이 있고, 가본적 없지만 언젠가 나도 그곳으로 가야한다.

내 영혼의 고향은 어디일까. 그 어느 아담한 별 동네 같은 곳의 풍경일까?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나를 조성하신 하나님은 나의 창조 계획이 어머니 자궁보다 훨씬 먼 곳에서 부터라 말씀한다.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영원 전부터, 흑암과 혼돈만이 수면과 지면위로 흐르던 태초부터 시작된 사랑이라고 성경은 말한다.

산다는 건, 영혼의 고향을 향하여 가는 노정이다. 산다는 건 고단한 길을 걷다 의자를 만나 잠시 숨을 돌린 후, 다음사람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여기가 너무 좋사오니 절대 내어 줄 수 없다고 떼쓰는 것은 욕심이다. 불로초를 구하러 수백 명 동자를 풀었던 진시황제도 죽었고, 인류 이래 죽지 않은 이는 없다.

죽음은 그렇게 자연스런 교체인 것을, 장례식장이란 글씨만 보고도 그리 놀라다니…. 죽음은 축복이다. 감히 그리 말한다. 죽지 않는 지구는 끔찍하잖은가? 수천수만 살, 먹은 노인과 갓 태어난 아기가 이 좁은 지구에서 빽빽하게 함께 산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저주이잖은가? 그러므로 먼저 온자가 자리를 비켜주는 건 순리이다.

장자아내의 죽음과 관련한 유명한 고전일화가 생각난다. 장자의 벗이면서 학문적 라이벌로 평생 그에게 신랄하게 공격을 해댔던 혜시가, 장자아내가 죽었다고 해서 조문을 갔다. 그런데 장자가 돗자리에 앉아 대야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다. 이 무슨 해괴한 행동이며 어찌 그럴 수 있느냐 혜시가 질책하자 장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왜 슬프지 않으랴.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내는 처음부터 없었더라. 춘하추동 사계절이 순환되듯 본디 형체가 없던 아내가 변하여 육신이 됐었고 이제는 아내의 삶이 죽음으로 변하여 우주 안에 가득 차 있으니 슬퍼만할 일이 아니더라. 지나치게 슬퍼하는 건 자연의 이치를 모르는 것이다. 라고 설명했다.

죽음이 두렵고 슬픈 것은 친밀했던 이들과 단절되고 한번 가면 되돌릴 수 없는, 연습이 없어서 일게다. 나는 누구인가? 영원히 존재하는 영혼에게 아프고 늙어지고 추위와 더위를 느끼는 육신을 입힌 것이 내가 아니던가. 죽음은 두려움이 아닌 육신과 영혼의 분리이며 영혼이 고향을 찾아가는 일임을 그날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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