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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청주시1인1책 프로그램 강사

신神들이 토론을 한다. 그들의 관심은 늘 인간 세상이다. 지구촌에서 인간과 신이 하나 되어 뒹굴기를 원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정화수 떠놓고 매달리던 일들은 토속문화쯤으로 밀려났다. 자신들이 무능하여 영리해진 인간들에게 팽 당한 거라고 성토한다. 우주는 넓고 행성은 많지만 아름다운 지구와 인간들을 향한 연정을 어찌 포기하랴. 옛 시절이 그리울 뿐이다. 인간들 성정은 자유분방하고, 개인주의가 강하고, 의지가 강하다. 자신들이 세운 과학을 신뢰하며 신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또한 요즘 인간들은 개발에 관심이 많다. 저들을 어찌할꼬. 저들의 혼을 장악하여 신들의 의지대로 이리저리 끌고 다닐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이 일치됐다. 경연競演을 열자고 했다. 주제는 누가 더 인간들을 많이 장악하느냐는 거다. 하여 대왕 신께 아뢰었다. 대왕 신은 일정 기간 끌고 다니다가 놓아주라는 조건으로 허락하였다.

한 신이 움직였다. 인간들의 혼을 장악하는데 음악만큼 좋은 도구도 없다면서 음악으로 들어갔다. 바람과 비, 천둥 번개를 만들며 산천을 리듬악기로 바꿔 놓았다. 강변 억새 무리, 하얀 겨울 산에 떠있는 파란 대숲, 윙윙 소나무 가지, 흔들리는 창문에, 리듬을 좋아하는 인간들 혼이 쏠린다. 사람들은 리듬 소리에 정情을 담아 언어를 만들어 표현하면서 문학이라고 한다. 그리고 정을 말로 표현하는 게 노래라면서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를 얹어 정서를 파고들었다. 노래 열풍이 분다. 한 나라 남녀노소가 트로트에 빠졌다. 글을 쓸 때, 노래를 부를 때, 사람들이 순전해지고 진실해지니 이 추세는 오래 유지할 가치가 있겠다면서 신들이 흐뭇하여 구경한다.

다른 신이 나섰다. 음악으로는 동력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문학이나 트로트 바람이 뜨겁기는 하지만 국민 10프로 정도 장악이라면서 스포츠 속으로 들어갔다. 이거야 대단하다. 야구, 축구, 골프 등 시즌에 접어들면 전 세계인들을 끌고 다닌다.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면 동력이 넘친다. 국제게임이라도 열리면 토끼 눈이 되어 이 채널 저 채널 밤새 끌려다닌다. 그런가 하면 피처럼 아끼는 돈을 경마장에 몽땅 걸기도 한다. 인간들이 자랑하는 과학의 극치 인터넷으로 들어갔다. 이거 대박이다. 전 세계인들을 노예로 삼아버렸다. 밥은 굶어도 인터넷을 줄일 수는 없게 됐다.

다른 신이 일어나 반론한다. 끌고 다니는 게 목적은 아니다, 인간들에게 우리의 존재의식을 깨우쳐 우리를 향하도록 회복시키자는 취지를 상기하자고 주장한다. 음악이나 스포츠 과학 등에 빠져 에너지를 충전하여 어찌하더냐. 문명발전에 매진을 더하지 않더냐. 그 결과물들로 향락을 누리며 더 호화롭게, 더 편리하게, 더 짜릿한 것들을 추구하니 신 따위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중이 고기 맛을 알았으니 정화수로 유혹한들 속지 않는다. 다만, 끝없이 발전하는 문명으로 지구환경이 변하고 우주질서를 무너트려서 종말을 초래하는 걸 방치만 할 수 없다는 취지다.

그는 물과, 불에 들어가 인간들을 깨우겠다고 했다. 화마火魔의 불춤이 시작됐다. 시뻘건 혓바닥을 널름대며 산등성이를 휘휘 넘나들었다. 구만리까지 덮고도 남을 붉은 도포 자락을 날리며 산들을 재로 만들었다. 인간들, 불길을 잡으려고 고생하며 원인을 찾느라고 애쓴다. 이번에는 수마水魔로 갈아탔다. 궁창에 점점이 떠도는 물방울들을 모아서 일시에 쏟아버렸다. 사십 주야를 쏟아부었던 노아의 홍수까지는 가지 않겠다고 대왕 신과 약속한지라, 열흘 정도만 쏟았다. 주구장창도 아니고 쉬엄쉬엄 쏟았는데도 초토화가 됐다. 인간들이 서로 네 탓이라며 과학에서 원인을 찾으면서 고심한다.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 휩쓸었더니 이번에도 과학에서 원인을 찾느라고 갖은 애를 쓴다. 기근도 수마와 화마도 자신들이 저지른 부메랑인 것을….

그때 다른 신이 일어났다. 더 강력해야 한다며 바이러스로 들어갔다. 이게 웬일, 전 세계인 얼굴을 하얗게 덮어 버렸다. 온 세상에 두 눈만 동동 떠다닌다. 인간들 100프로가 코와 입을 가리고 다닌다. 신들이 기암을 토하며 코로나 마력에 놀란다. 게임 끝이다. 문학으로 스포츠로 많이도 끌고 다니지만 100프로라니…. 대단하다고 찬사 한다. 바이러스 신이 답변한다. "찬사는 당치않소. 코로나19 보다 강한 건, 인간들의 사상과 교만한 마음이요. 신 따위는 신화 속에서나 존재한다면서 자신들이 세운 과학만 말하더이다. 과학을 신뢰하는 그들 마음은 이번에도 무너뜨리지 못했다오. 그들의 신은 과학뿐이요, 과학 신에 인류가 정복당해 버렸소. 우리는 미개하던 시절의 추억일 뿐이요." 그 말을 마치자 신들은 혀를 차며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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