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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북쪽바다에 곤이라는 작은 물고기가 살고 있는데, 변화하여 새가되더니 그 이름은 붕새라. 변화한 붕새의 날갯짓이 하늘을 덮고, 등허리는 몇 천리인지 가히 모르겠더라….' 장자내편에 나오는 변화에 대한 비유한토막이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자. 지축을 흔드는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리고 하늘을 보자. 창공을 가르고 나는 커다란 물체가 보이지 않는가· 아, 장대한 날갯짓을 하며 비상하는 붕새다.

작은 물고기 곤이가 변하여 붕새가 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변화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며 시원하다. 물고기가 새가 되다니,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겐가. 생물학적으로 얼토당토아니하다 생각하시는가· 장자는 이런 픽션을 통해 무슨 교훈을 주고자 한걸까. 그것은, 안일함에 젖은 이들에게 정서적 충격을 가해 파장을 일으켜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하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울타리를 치고 이 범위를 벗어나면 긴장하여 방어태세로 들어간다. 작은 물고기 곤이 결연히 분기하여 공기층을 뚫고 올라가는 일 따위는 우화일 뿐 자신과 상관이 없다고 도리질 한다. 변화란 자신의 우주가 뒤집히는 사건이다. 고착된 사고를 변화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사 좋사오니, 아무 문제없으니, 나를 두고 가시라고 평안하다 평안하다한다.

반나체의 금발미녀 마릴린먼로가 책을 읽고 있다. 오케이! 컷! 을 외치는 감독, 카메라를 끌고 다니는 소리, 복작거리는 제작진들 발자국소리를 의식하는 눈치다. 연기가 아닌 실제상황 이었다. 그녀는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곤 했다는데, 가까이에 있던 카메라 기자가 평소의 그녀를 찍은 사진을 공개해서 화제가 됐었다. 비운의 그녀가 노출이 심한 야한 사진이 아닌, 책을 읽는 사진에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할리우드 문화사업의 상징, 최고의 섹시아이콘 그녀이지만 독서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들고 있는 책이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조이스'의 '율리시즈' 라는 것에 사람들이 당혹스러워 한거다. 지금은 명실 공히 현대모더니즘문학의 고전으로 자리했지만, 당시엔 난해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책이었고, 해석이 어려워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지성인이나 문학사가들 마저 고개를 흔들면서 돌려놓았던 작품이었다.

할리우드 문화상업자본가들에게 큰 부를 안겨주었고, 아직도 그녀가 나오는 영화의 선정적인 사진이나 장면을 클릭하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백치미의 대명사 그녀가 정말 책을 읽었을까· 읽는 척만 했을까· 교양인들이 포기한 책을· 사람들은 각자의 소견대로 말했다. 양아버지로부터 성폭행, 불우한 어린 시절, 누드모델, 온갖 스캔들에 시달리다 수면제 과다로 생을 마친 그녀, 공부는 해볼 기회조차 없었던 그녀인지라 화제를 끌만도 했다. 어쩌면 그녀는 책을 소화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녀의 제스처는 어떤 의미였을까. 적어도 그녀는 지금 자신의 위치에서 변화하고 싶다는 탄원 같은 것, 몸부림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을 펼쳐들므로 스스로에게 어떤 사람이고 싶다는 염원을 가졌을 게다. 공공연하게 공개 된 자리에서 책에 몰두하는 자신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단순히 상품적인 사람이 아닌, 지성인대열로 표상해 주길 바라는 간절함의 몸짓이었을 거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자신을 차버리고 비상하고 싶으신가· 날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새롭고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나려면 나를 제약하고 있는 한계를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 나를 똑 같은 나로 머물러 있게 하는 것들, 나를 정해져 있는 자리로 되돌아오게 나는 것들에 익숙한 나를 깨워야 한다. 내 영혼 일부분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 내 영혼의 향방은 어디를 향하여 있는지, 고민하고 사색해보자. 저~기 붕새가 날갯짓하며 비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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