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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작가

갯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 찻집에 P씨 부부와 우리부부는 앉아 있었다. 창 너머 밤바다에 떠있는 오징어 배의 불꽃이 별 조각처럼 반짝거린다. 충청도 토박이 P씨 부부가 반백년의 내륙생활을 접고 제주도로 내려와 뿌리를 내렸다. 검은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섬 생활 십 년이 넘는 동안 마셔야 했던 쓴잔의 추억담을, 그의 아내가 끝없이 쏟아낸다. 목이메인 그녀가 거품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숨을 고른다.

틈새로 벽걸이TV에서 뉴스앵커가 끼어들었다. 민물송어를 바다에 풀어 양식했는데 적응기를 이기고 생살기에 성공하여 황금송어로 거듭났단다. 황금색과 붉은색을 선호하는 일본, 중국바이어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몰려온단다. 송어는 민물에서만 산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바다로 보내지 않았다면 황금송어는 되지 못했을 거다.

유영하는 튼실하게 살 오른 빨간 송어와 금빛 송어 두 마리가 마주앉은 P씨 부부얼굴위로 환영처럼 겹쳐진다. 육지에서 그들은 실패하고 실패했었다. 열심히 일하고 일했지만, 사람에게 속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게 속기를 반복했다. 국립대학졸업장도 부모유산도 파도처럼 급속히 닥쳐오는 실패 앞엔 속수무책이었다. 비극소설 같은, 온갖 쓴 고난을 경험한 그들은 빚에 쫓겨 파산하자 육지를 과감히 탈출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 기점을 미지의 섬 생활에서부터 삼기로 하고, 빈손으로 제주도로 간 P씨 부부는 손바닥이 거북이등껍데기가 되도록 일했다. 남의 농장에서 종일 땅 파면서 농장을 관리해 주며 더부살이했고, 아내는 고사리를 뜯고 귤을 따는 일을 했다. 갯사람들의 텃새는 충청도의 은근한 넉살로 이겨내며 푼푼히 모은 돈으로 버려진 산을 샀다. 그 산이 내민 계란만한 바위덩이들에게 희망을 걸고 보물을 캐듯 호미로 흙을 파내 거대한 자연석 작품들을 얻어냈다. 이순을 넘긴 농장주 P씨가 인고의 세월로 일구어낸 드넓은 정원을 돌아보며 구경하는 느낌은 감동이었다.

성공하고 싶다. 잘살고 싶다. 무언가 내게도 기회가 올 거야 생각하지만, 정작 그런 일들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인생의 두 갈림길에서 도박에 내 모든 판돈을 거는 것처럼, 실패와 좌절을 겁내지 않고 자신감으로 선택하는 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앞날은 예언자조차 호언장담할 수 없게 불투명하다. 이 풍진 세상인지라 고난이 나만을 비켜가는 것이 아니라 불쑥 찾아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같은 상황이어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갈라진다. 고난을 특별한 경험으로 받아들여 터닝 포인트의 기회로 삼는 이가 있고, 의욕상실로 주저앉아 재기의 기회를 놓치고는 세상을 원망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 다행한 건 터닝 포인트 기회는 있다는 거다. 그것은 실존하되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만져지거나 보이진 않는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 했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다.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하지 않는 무위도식으로는 행복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개척하고 결단하고 의지를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이 아름답다.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언제이었을까…. 힘들다고 느껴졌을 때, 갑자기 어려움을 당했을 때,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받았을 때, 나는 어떻게 대처하면서 왔는가. 공평하지 않은 세상이라고 소리 지르던 일도 생각해 보면 나약한 내가 문제였다. 고난이 누구에게나 오듯, 터닝 포인트의 기회 또한 누구에게나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찾아올 그것을 인지하고 오는 것에 대한 준비를 얼마만큼 했는가와, 그것에 대하여 연구하고 고민하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도전하는 거다. 이상적인 미래의 삶을 설계하면서 끊임없이 꿈꾸는 사람만이 승리의 잔을 마시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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