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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한겨울의 '무의도' 해변은 인적이 드물었다. 저만치 동그란 섬 실미도가 조용히 겨울 풍경에 젖어있다. 마침 물때가 무의도에서 실미도까지 걸어가도록 바다가운데 길이 났다. 큼직한 돌다리를 폴짝폴짝 밟아 바닷길로 올라 '실미도'로 향하였다. 이데올로기 시대에 오점을 남긴 그 섬에 숨겨진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유명해진 섬이다. 사십년 전, 있지도 않을 약속을 믿고 그 곳으로 갔다가 이슬처럼 사라진 젊은 영혼들이 안타깝다. 음산한 겨울바다의 일렁거림 속에서 바다가 품고 침묵했던 거부할 수 없는 역사의 실체와 잠시 조우했다.

내륙에서 자란 나는 바다를 모른다. 바다색이 검다는 것도 그날 알았다. 낙조가 시작된 금물결에 취하고, 넓은 갯벌을 품고 흐르는 거무스름한 바다물빛에 반하여 걷고 있었다. 잠시 뒤에 일어날 소동은 모른 채, 바닷길의 낭만을 즐기는 마음은 평온했다. 세상은 언제나 그랬다. 대교가 동강나기 전날도, 백화점이 무너지기 직전까지도, 한치 앞을 모르는 사람들의 일상은 평화로웠잖은가. 중간쯤 갔는데, 해산물채취 바구니를 둘러 맨 아주머니가 잰걸음으로 마주 온다. "빨리들 나가요. 물이 들어와요…"건조하고 하얀 신작로에 물이 들어온다니 실감나지 않았다. 섬을 지척에 두고 발길을 돌리자니 아쉬웠지만, 현지인의 말이기에 귀를 기울여 발길을 돌렸다.

연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섬을 향하여온다. 물이 들어와 나가는 중이라고 했더니 저 끝까지 다녀오는 동안 문제없다면서 지나친다. 재차 말했지만 개의치 않는다. 한 번 더 권하고 또 한 번 강하게 권했지만 웃기만 했다. 해변으로 나오니 지형적 영향으로 섬 양쪽을 휘돌아 물은 밖에서부터 차들고 있었다. 초소에서 빨리 나오라고 방송하기에 돌아보니 저만치 두 사람이 그제서 혼신을 다하여 뛰어나온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마음은 급한데 그들과 육지와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물길은 빠르게 돌다리를 덮더니 하얗던 신작로가 삽시간에 바다로 변하면서 그들은 갇히었다. 물살은 금시 그들의 무릎을 적시고 허리까지 찼다. 남자가 여자를 업고 몇 차례 넘어졌다 일어섰다 반복하며 기신기신 올라와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엄동설한에 물에 빠진 모습이라니…

눈앞에 웅덩이를 빤히 보고도 걸어 들어가 빠지는 것이 사람들의 속성이다. 구약시대에 타락의 극치에 이른 지구를 하나님이 물로 멸망시킨 적이 있다. 당대 의인 노아는 하나님의 계시로 미리알고 배를 지었다. 홍수직전, 사람들에게 배로 들어가라 권했으나 듣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사위들은 농담으로 여겼다. 인생의 선배이고 신과 교통하는 선지자 말을 농담으로 여기다니…

사람들은 가지 말아야 할 곳은 가고 가야할 곳은 가지 않는다. 지혜로운 자는 하나님말씀에 귀를 기울이지만 어리석은 자는 보이는 현상만 믿으며 자기고집대로 산다. 내공이 부족한 나는 늘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산다. 자연현상이나 사람들을 통한 각종 경고에 귀 기울이는 일은 겸손이라는 것을 그날 무의도 해변에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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