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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2.13 14:55:42
  • 최종수정2025.02.13 14:55:42

정익현

건축사

바둑은 역사가 오래된 두뇌 게임이다. 4천 년 전 중국에서 시작된 바둑은 이제 세계화가 됐고, 한·중·일 바둑은 서로 다른 문화 환경에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바둑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지난 1월 <29회 LG배 세계 기왕전> 결승전이 서울에서 열렸다. 한국의 변상일 9단과 중국의 커제 9단의 대결이다. 결과를 말하면 1국은 커제의 승리, 2국은 커제의 반칙패, 3국은 커제의 기권패로 우승은 변상일 9단에게 돌아갔다. 2국, 3국 모두 커제의 대국 규정 위반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커제와 중국 측은 거세게 반발하며 변상일 9단과 한국기원을 공격했다.

발단의 근원은 한국과 중국의 바둑문화, 그중에서 집계산 방식의 차이였다. 한국은 잡은 돌(사석)로 상대방 집을 메우기에 사석이 중요하지만 중국은 잡은 돌이 아무 쓸모가 없다. 한국기원은 그동안 사석을 아무데나 둠으로써 생기는 문제점을 중국에 누차 말했으나 잘 지켜지지 않아 작년 11월 대국 규정을 개정하여 중국에 알렸다. 그런데도 반칙을 하고는 규정을 문제 삼고 심판의 잘못을 주장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요,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격이다. 규정이 마음에 안 들면 대회에 참가를 않던가, 참가를 했으면 규정에 따를 일이다.

그럼 커제의 태도는 어떤가? 3국에서 커제의 반칙으로 변상일 9단이 착수할 타임에 심판이 대국장 안으로 들어왔는데, 이것이 변상일 9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심판에게 삿대질을 해가며 언성을 높이고는 자리를 떴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 심판에게 이런 행패를 부렸으면 즉시 퇴장에 몇 경기 출장정지와 벌금이 부과됐을 사안이었다.

사태를 주시하던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은 2월 5일 입을 열었다. '이 규정이 부당했다고 생각했으면 2국에서 반칙패를 당한 후 3국을 포기했어야 했다. 변상일 9단 차례에 심판이 들어와 대국이 중단됐다면 오히려 집중력이 흐트러진 변상일 9단이 더 피해자일 것이다. 사석 관련 부분은 한국이 20년 동안 꾸준히 중국에 부탁을 해 왔는데 개선이 안 된 것은 중국이 한국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로 변상일 9단이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상대의 아픔으로 자신의 아픔이 치유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 1인자다운 성숙한 말이다. 그러나 과거 세계 바둑을 주름잡았던 한국의 선배 기사들은 침묵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주관한 한국기원은 미적거리다 논란을 키웠다. 명백한 규정 위반에 따른 벌칙 부과에 불복했으니 즉시 몰수 패를 선언했어야 했다. 한국기원은 2월 3일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어 '사석 관리 위반 경고 누적으로 인한 반칙패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석 관리 위반 시 벌점 2집 공제 규정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했다.

잘못은 중국이 했는데 중국의 공세에 우리가 고개 숙인 꼴이다. 나는 한국기원이 룰 개정을 서두른다고 본다. 커제의 공개 사과, 한국에서 개최하는 대회의 일정 기간 참가 금지 조치가 먼저다. 그래야 한국기원의 체면이 살고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이 바로 선다. '좋은 것이 좋다'고, 갈등이 불편하다고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는 더한 꼴을 당하는 것이 인간세계다. 국제관계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사석 관리를 하지 않는다 해서 한국 대회의 사석 관리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하는 이유다.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규칙을 지켜오며 살아온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그 규칙을 따르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의 기사들은 중국에 갔을 때 그들의 규칙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각 나라의 문화는 존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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