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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1.16 15:11:20
  • 최종수정2025.01.16 15:11:20

정익현

건축사

한 집단의 리더가 되어 회의를 진행해 본 사람은 안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훌륭한 리더는 자유로운 의사소통 속에 반대 의견에서도 좋은 대안을 찾아낸다.

잘못된 판단이 가져온 실패의 전형으로 사람들은 미국의 '피그 만(灣) 침공'을 꼽는다. 케네디 대통령 취임 초기 1961년, 미국은 쿠바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1천400명에 달하는 게릴라를 쿠바 피그만에 상륙시킨다. 상륙하면 쿠바 국내의 반체제 인사들이 호응할 것이라는 CIA의 호언장담 속에 안일한 예측은 빗나갔고 여러 위험 요소를 간과한 결과는 처참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정보가 상당히 많았음에도 당사자들은 절대 질 수 없는 정보만 가지고 있었다. 이른바 '확증편향(確證偏向)'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만들어낸 '집단사고(集團思考/Groupthink)의 결과였다.

확증편향은 진실을 외면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뻔한 사실조차도 거짓이라 부정하며 자신의 주장만 반복한다. 확증편향을 부추기는 것이 '유튜브'이다. 사람들은 유튜브의 폐해를 알면서도 유튜브에 빠진다. 내 생각에 부합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한 결과 편견과 아집이 정신세계를 지배한다.

집단사고는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가 피그만 침공 실패 이유를 분석하면서 만들어낸 개념이다.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집단 전체를 사로잡아서 그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억제하여 잘못된 정책 결정을 하는 현상'을 집단사고라 했다. 확증편향은 집단사고를 일으키는 위험 인자(因子)이다.

우리가 성군으로 받들고 있는 세종의 의사 결정 방법은 어땠을까? 세종은 어떤 사안은 만장일치를 택하여 신중을 기했고, 또 어떤 사안은 다수결로 했다. 그러나 관료 개혁·한글 창제 등 꼭 필요한데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여 무산될 것 같은 사안은 독단으로 추진했다고 한다. 이것이 홀로 판단하여 그것을 행했다는 '독단위지(獨斷爲之)'이다. 세종 같은 성군도 독단으로 행한 것이 있었으니 역시 의사결정은 어려운 일인가 보다.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의 백악관 책상 위 명패에 이런 좌우명이 새겨져 있었다 한다. 'The BUCK STOPS here!' 번역하면 '내게 모든 책임이 있으니, 최종적으로 내가 결정한다'는 뜻이다. 트루먼은 이임식 때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책임 전가를 할 수 없다. 그 누구도 대통령의 결정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최종 결정은 오로지 대통령의 책무다'라고 했다. 케네디 또한 '피그만 침공 실패의 최종 책임은 나에게, 오로지 나에게 있다'며 뒤로 숨지 않았으니 대통령의 막중한 책임의 무게에 경건함을 느낀다.

조선의 건국공신 정도전은 조선을 설계한 사람이다. 그는 새로 지은 경복궁 여러 전각에 이름을 지었다. 그중 문무백관의 조회가 열리는 건물을 '근정전(勤政殿)'이라 했다. '근정'은 부지런히 정치를 한다는 뜻이다. 정도전은 '무엇에 부지런해야 하는가?'에 핵심을 두었다. 그것은 바로 '임금이 어진 사람을 찾고, 어진 이를 임명하는 것에 부지런 하라'는 것이었다. 군주가 반드시 해야 할 일에만 부지런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어 경외감(敬畏感)이 든다.

정도전은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협박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꾀로 속일 수 없다. 마음을 얻으면 따른다'고 했다. 어진 사람과 유능한 인재를 특성에 맞게 적재적소에 기용한 세종. 정도전은 훗날 세종의 출현을 꿰뚫어 본 것일까? 찬바람 부는 겨울, 경복궁 근정전 앞 남동쪽 행각(行閣)에 서서 근정전 추녀 끝과 맞닿은 인왕산을 망연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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